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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름 없는 책 짱 재미있다! 필명이 익명(Anonymous)인 저자는, 둘 중 하나다. 살아 돌아온 앰브로스 비어스, 아니면 로버트 로드리게즈. 마치 영화 의 소설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은 완벽한 '안드로메다 행 티켓' 그 자체다. 짤막한 챕터로 나뉜 이 책을 보는 동안, '도대체 어떤 작자가 이런 책을 썼는지' 궁금해질 것이고, '뭐 이 따위 책이 다 있지'라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에 대해 불만이 가득할 수도 있다. 내용을 요약하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교훈 따위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B급 정서로 충만한 이 소설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꽤 많으며,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지간하면 손에서 떼어놓기도 힘들 것이다. 진짜 재미있다. 후회하지 .. 더보기
디스트릭트 9, 희한하고 유쾌한 영화 일단, 영화는 '무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공간적 배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 법 제도로 엄연히 살아있던 곳. 물론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 인류는 과거의 부끄러움을 뒤로 한 채 행복하게도 손에 손을 맞잡고 내년에 바로 여기에서 벌어질 꿈의 구연, 월드컵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도 가능한가 이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영화 에서는 실제 이주노동자 출신인 극중 이주노동자가 한국인 여고생(역을 맡은 배우)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 협박에 시달리기까지 했다(믿기 힘든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이른바 메인스트림에 속하지 못하는 피부색에 대해 우리가 갖는 선입관은 무서울 정도다. 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 더보기
퍼블릭 에너미, 걸작 를 봤을 때 엄청난 기대를 했던 만큼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다(그런 데다 상영 도중 영사사고까지 일어났으니!). 밤 늦은 시간에 영화를 보고 집에 들어와서는 블로그에 악평을 퍼부었던 기억이 난다. '스타일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라고. 그런데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구해 보고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스타일'과 무지 불안하게 보이는 연출이 모두 꼼꼼하게 의도된 것이었다는 것도, '이야기'보다는 내러티브의 흐름에 우선권을 부여했다는 것도 모두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인정한다. 처음 볼 당시에는 미처 알아먹지 못했던 것을. 는 뛰어난 영화였다. 그리고 도 마찬가지로 뛰어난 영화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경제 대공황 시기 미국의 전설적인 갱이었던 존 딜린저에 대해 꼭 알아야 할 필요는 .. 더보기
비 오는 장면이 멋진 영화들 내내 비가 오고 있는데, 피해를 입은 분들 껜 대단히 죄송하지만 비 구경도 나름 재미있다. 비가 오는 장면이 멋진 영화들을 선정함. 블레이드 러너의 옥상 격투씬을 빼먹으면 안 된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난 저 장면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우주에서 활동하는 로봇을 굳이 사람이랑 똑같이 만든 이유가 뭐지? 그리고 기왕 만들었으면 왜 그렇게 살아 있는(?) 기간을 짧게 만든 거야? 매트릭스 레볼루션의, 역시 우중 격투씬. 블레이드 러너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왜 옆에선 다들 늘어서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거야? 떼로 덤벼들지. 이웃집 토토로에서, 주인공 소녀가 버스를 기다릴 때 옆에 슬그머니 나타난 토토로. 고딩 시절 '빔 프로젝터'로 이 영화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진짜?). 괴물에서, 이 불쌍한 .. 더보기
오히려 참신해 보이는 오락영화 '차우' 언제부턴가 한국영화에선(정확하게는 영화 마케팅 부분에서), 참 묘한 트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제작비 얼마얼마를 들인 대작, 인기 배우 누구누구를 캐스팅한 역작 등등 지극히 평이하게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여기에 꼭 한 꺼풀을 덧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애국심 마케팅', 이거 진짜 속이 느글거린다. 대표적으로 '디 워', '한반도' 같은 영화가 그랬다. 마치 이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이야말로 애국자이며 민족성이 투철(?)한 이로 여겨지게끔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솔직한 말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볼 사람 아무도 없었을 것 같은 형편없는 졸작들이다. 최근엔 '해운대'가 비슷한 노선을 타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CG로 중무장한 영화가 아니에요"라며, '한국적 재난영화'를 참 열심.. 더보기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보다는 폴른의 복수 더 많아지고, 강해진 외계의 로봇들. 더 생생해진 로봇들의 표정 연기(?). 더 장대해진 스케일. 여전한 것도 있다. 린킨파크의 흥겨운 넘버와 썰렁하지만 나름 귀여운 유머 요소만 여전했으면 좋았을 텐데, 낯 간지러운 이야기도 여전하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한국 내 공식 부제는 이렇지만, 의역이 너무 심하다. '폴른의 복수'가 더 잘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에 대해선, 요렇게 간단하게만 이야기하고 끝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꼭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서 입이 근질거릴 지경이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가뜩이나 대형 블록버스터가 많은 올 여름 가장 강력한 폭탄을 개봉 전에 목도했다는 게 어딘가. 더 강력한 적이 나온다 이게 과연 스포일러일까, 아닐까 (아주 잠깐 동안)고민했는데 2편 必관람.. 더보기
거북이 달린다, 재미있다 거북이 달린다, 어제 밤 시사회를 보고 와서 적음. 김윤석, '원톱 스트라이커' 체제 구축의 신호탄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선, 송강호나 최민식이나 이병헌 정도를 제외하곤 빅 & 스몰 조합의 투톱이나 윙포워드까지 가세한 쓰리톱 체제가 가장 안정적인 포메이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김윤석이란 배우도 (지극히 제한된 배역에서의 이야기지만)원톱 스트라이커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만난다면, 김윤석은 향후 3~4년 동안은 한국영화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존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만신전(Pantheon)에 경배를! 한국영화에 바치는 오마주 영화 초반, '현직' 경찰인 조필성(김윤석 분)이 불법 보도방 영업을 수사(?)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건.. 더보기
바더-마인호프 콤플렉스(2008): 적들에 대처하는 21세기의 자세 바더-마인호프, 우리에겐 적군파(Red Army Faction, 줄여서 RAF)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독일의 극좌파 테러리스트 집단. 모름지기 좌파, 혹은 급진좌경세력이라고 하면 바로 이런 친구들한테나 쓰는 말이다. 북한이랑 친하다고 좌파가 아니라는 말이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이후 울리 에델 감독은 뭐하나 했더니 고향으로 돌아가 이런 깜찍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바더-마인호프 콤플렉스(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는 60년대 후반부터 약 10여 년 동안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군파를 다룬 영화다. 리더 안드레아스 바더와 그의 연인 구드룬, 그리고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같은 길을 가게 된 저널리스트 울리케 마인호프.. 더보기
스포일러 피하면서 '마더' 이야기하기, 힘드네 김혜자라는 배우가 '국민 어머니'라는 칭호를 얻게 된 계기는 지난 1980년부터 시작된 TV 드라마 '전원일기' 덕분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바로 그런, 자상하고 포용력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김혜자씨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 '마더'의 원안을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고 있다. 사실 김혜자씨가 마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원일기를 비롯해서 기타 다른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그리 다르진 않다. 지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아들을 위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 바로 그것인 게다. 다만 마더에선 아들을 위하는 행위 자체가 보다 '영화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 정신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힌다. 이제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한다. 이 정도가 영.. 더보기
씨네큐브 광화문 기획전: 다크 사이드 오브 아메리카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지나서 경희궁 쪽으로, 혹은 그냥 광화문에서 서대문 쪽으로 가다 보면, 커다란 2차원의 남자(?)가 망치질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곳, 흥국생명 빌딩 지하에 씨네큐브 광화문이 있다.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바로 내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기획전이 열린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신작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개봉 기념으로 미국 사회의 암울한 비전이 담긴 영화들이 리스트 업 된 이번 기획전의 제목은 '다크 사이드 오브 아메리카'. 리스트는 짱짱하다. 작년/재작년에 개봉했지만 보진 못했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만 모였다. 내일부턴 'T4'를 위시해서 앞으로 주루룩 여름 시즌을 노린 미국산 블록버스터들이 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