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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심심하기도, 심심하지 않기도 한 신화: <타이탄> (본 포스팅은 알라딘 무비 매니아 블로거 TTB 리뷰로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그리스신화를 다시 생각해본다. 다분히 아동용으로 윤색되었던 버전이긴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꽤 잔인하지 않은가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뭔가 에로틱한 장면도 종종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다시 들여다 본 그리스신화는 아니나 다를까, 무지하게 폭력적이고 끈끈했다. 저자의 민초들 이야기도 아니고 무려 신(神)들의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신들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가 극심해서 때로는 세상을 뒤집어 엎기도 하고 신들의 제왕은 자주 모습을 바꿔 인간계로 내려와 인간의 여자를 탐닉한다. 이것이 그리스신화를 정리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곤 하지만 좀 젊잖은 신의 모양새를 생각한다면 그 .. 더보기
<킥애스>: 꼭 봐, 엉덩이 제대로 걷어차이고 싶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는, 어떤 멋진 광경이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체화되며 친구들 사이의 관계는 다분히 폐쇄적이면서도 분절적인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시대. 과거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가진 (일종의)초능력 외에도 각각 당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권력 시스템 언저리를 얼쩡거렸음을 알 수 있다. 클라크 켄트는 신문기자였으며(언론) 브루스 웨인의 부친은 제조업(전형적인 2차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하여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단 피터 파커 정도는 예외가 되겠다. 하여튼 슈퍼 히어로들 사이의 그런 공통점을 보자면 의 주인공 데이브도 나름 뭔가 내세울 만한 대단한 '꺼리'가 있어야 되는데, 학교에선 존재감 제로에다 여교사를 상상하며 자위나 일삼는 이 찌질한 고딩에겐 그.. 더보기
꼭 봐야 하는 영화, <킥애스> 이 영화, 볼까 말까 망설이지 말 지어다. 아예 안 볼 거라는 생각도 말 지어다. 제대로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시사회를 보고 왔는데, 진짜 여러 모로 기가 막히는(?) 영화다. 자세한 리뷰는 다음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셔터 아일랜드>, 숨이 턱턱 막히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하나 있다. 여기엔 정신병원이면서 동시에 흉악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가 있는데, 당연히 최고 수준의 삼엄한 경비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감 중이던 범죄자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본토에서 특파된 연방수사관. 자, 탈주자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인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정신병원 원장과 교도소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을 읽을 때, 사실 그 '명성'에 비하면 그저 평이한 수준이 아닌가 했다(훌륭한 작품들이 많기로 유명한 황금가지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가운데서도 이 책은 단연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이 원작을 (거의)그대로 옮긴 영화, 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원작을 읽을 때와 비슷한 .. 더보기
<의형제>를 읽는 몇 가지 키워드 1. 분단상황 의 멋진 두 남자주인공, 이한규(송강호)와 송지원(강동원)은 각각 남한과 북한 정보당국의 요원들이다. 이 영화는 남북의 분단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는 별 관심이 없다. 만 해도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이 체제의 차이에 두고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보다는 서로 가는 길이 다를 수밖에 없는 두 남자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한 가장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분단상황을 가져온 것일 게다. 이 두 사람은 성별만 빼놓으면 연령대와 현재의 처지, 심지어는 체격조건과 인상까지도 모두 전혀 다르지 않은가. 사실 장훈 감독은 뭔가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성향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오히려 그 쪽의 가.. 더보기
<울프맨>, 조금 심심하네 에 슈퍼맨 나오고, 에 배트맨 나오듯이 에도 늑대인간은 나온다. 근데 도 그랬고 도 그랬지만, 그냥 나오기만 하고 전부는 아니잖아. 또 뭔가가 있었지. 에는 그게 별로 없네. 이게 완전 고리짝 1930년대 영화를 순수(?)하게 리메이크한 거라서 그런 거라고도 하는데 거기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은 영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 듯.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나랑 맞는 코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더보기
더 로드(2010) 미국 현대문학에서 J.D.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와 함께 '헤밍웨이 이후'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코멕 맥카시 작 를 보고 난 다음의 느낌은 말 그대로 한숨이 푹푹 쏟아지는;; 지경이었다. 도대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암울함 그 자체.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궁금해졌다. 알다시피 는 모종의 이유로 세상이 완전히 멸망한 이후의 묵시록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된 이유가 뭔지 혹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작품은 아니다(세상이 뒤집어지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스펙타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작품이다). 그냥 '온통 잿빛이고, 하여튼 설명하기 힘든 어떤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과연 어떻게 보여줄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스크린에서 만나.. 더보기
아메리칸 사이코, 소설도 보고 영화도 보고 돌이켜 보면 1980년대 정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피(Yuppies)'라는 말이 (본토인 미국에선 물론이고)우리나라에서도 꽤 유행했다(물론 우리나라의 여피족은 그보단 좀 뒤에 나타났다). 수입은 많고 나이는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을 이렇게 불렀는데, 이들 사이에서의 유행이란 게 초고가 명품을 걸치거나 최고급 식단을 향유하는 것, 운동으로 신체를 가꾸는 것 등이었다. 겉으로 보면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이들이 맛보는 (거의 유일한)어려움이라면, 이 집단에서 떨어져 나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일생동안 한번도 고소득을 경험하지 못한 내 생각으론 그런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식의 '나와바리'가 형성되면 대개 거기에서 발생되는 문제란 게 그런 거였으니 그저 짐작만 할뿐이다. 이런 여.. 더보기
요즘의 근황 하나. 미스터 빈 아저씨가 멀쩡하게 대사를 다 치는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나왔던 를 보면 그런 대사가 나온다. "이 길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그게 내가 선택한 길이지" 하필이면 이 본격 슬랩스틱 코미디에서, 하필이면 되도 않게 여자 꼬셔볼려고 내뱉은 대사를 이리도 기억에 남게 하는 게 바로 요즘의 내 생활이다. 매일매일 많은 것을 얻는 대신, 그만큼 많은 것도 잃는다. 혼자서 하는 일이란 게 속은 편해도 또 생각지도 못한 구석(?)에서 사람 머리를 아프게 하기도. 두울. 요즘 브렛 이스턴 엘리스 저 (상, 하 두 권으로 나뉘어서 출간)를 읽고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나왔던 영화는 보질 못했지만 내용은 대충 알고 있는데, 상권의 절반이 넘도록 누군가를 잔혹하게 살해하거나 하는 장면은 나오질 않지만 지금까지.. 더보기
디 벨레<Die Welle>, 독재정치란 이런 것 지금, 우리의 시대에서 독재정치가 가능할까? 그 무슨 싱거운 소리를. 경제정책과 관료들의 난맥상을 (인터넷에서)공격한 낭인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하고, 말 한 마디로 정보기관이 국가의 이름(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여기에서 내 이름 빼라)으로 개인에게 소송을 걸며, 조사 기관과 방법 따위는 깡그리 무시한 유령들의 여론조사가 현 정권 지지율 절반이 넘는다는 기사가 매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이 때에 말이지. 삶은 달걀을 전부 다 먹어야만 완숙인지 반숙인지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다. 라는 제목의 독일 영화는, 우리에겐 일종의 확인사살이다. 당연히 독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이 영화, 여러 가지로 우리를 놀랍게 한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 독일 사회에서, 아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