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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디스트릭트 9, 희한하고 유쾌한 영화




일단, 영화는 '무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공간적 배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이 법 제도로 엄연히 살아있던 곳. 물론 21세기를 맞이하여, 우리 인류는 과거의 부끄러움을 뒤로 한 채 행복하게도 손에 손을 맞잡고 내년에 바로 여기에서 벌어질 꿈의 구연, 월드컵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도 가능한가 이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영화 <반두비>에서는 실제 이주노동자 출신인 극중 이주노동자가 한국인 여고생(역을 맡은 배우)과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 협박에 시달리기까지 했다(믿기 힘든 일이지만 사실이라고 한다). 이른바 메인스트림에 속하지 못하는 피부색에 대해 우리가 갖는 선입관은 무서울 정도다.

<디스트릭트 9>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 그들은 인간이 가장 혐오하는 곤충인 바퀴벌레를 좀 많이 닮았는데, 이들의 정체는 난민이다. 영화 초반,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빈 방송용 카메라가 그들을 촬영한 모습은 흡사 베트남전 이후의 보트피플을 연상케 한다.

지구가 '공식적'으로 이들의 난민 지위를 인정하고 이들은 난민 거주지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D-9, 이 영화의 제목이 된다.

웃기는 건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한 곳은 MNU라는 이름의 기관인데, 여기는 뒷구멍으로 각종 재래식 무기를 생산하는 민간 기업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사실 생긴 것하고 하고 다니는 꼬라지가 좀 지저분하긴 해도, 엄청난 규모의 우주선을 제작해서 멀고 먼 지구까지 올 정도면 그들이 보유한 과학기술에 대해 의심은 좀 해봤어야 하지 않을까. 하긴, 그래봐야 '우연히 손재주만 좋은 쓰레기 종족' 정도의 (지구인들이 생각하는)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타자(他者)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당연히 '우리'는 '그들'을 말 그대로 '벌레 보듯' 하지만 외계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지구인들은 기껏 땅뙈기 조금 빌려준 주제에 마치 재개발 지역에서 원주민 몰아내는 용역깡패 수준이거나, 외계인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등 천벌을 받아 마땅할 존재들인 것이다.

<디스트릭트 9>은 아주 유쾌하면서도 교묘한 방법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근거 없는 편견에 대해 딴죽을 걸고 조롱하는 영화다. 따지고 보면 참 심각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희한한 방식으로 풀어나간 신예 닐 블롬캄프 감독(그리고 제작자 피터 잭슨),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덧붙여서, <디스트릭트 9>은 상영 전 홈페이지를 통한 프로모션이나, 공개된 클립에서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껍데기를 뒤집어 썼던 것 등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희대의 떡밥 무비'라고 할 만한 <클로버필드>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영화는 다르다. <디스트릭트 9>의 경우 이 가짜 다큐의 형식은 가장 필요한 상황에서만 부분적으로 채용되어 긴박감과 흥미를 돋구는 역할을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클로버필드>는 좀 오버였다.

그리고 또 하나. 연출을 맡은 닐 블롬캄프 감독은 남아공에서 태어났고, 실제 영화도 남아공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CG 작업은 또 캐나다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맡아서 전체적으로 꽤 저예산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디스트릭트 9
감독 닐 브롬캠프 (2009 / 미국)
출연 샬토 코플리, 윌리엄 앨런 영, 로버트 홉스, 케네스 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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