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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쥐, 굉장한 영화 파우스트에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듬뿍 넣어 각색하거나, 죄와 벌을 더더욱 염세적으로 그리거나, 데미안에 에로스의 코드를 덧대어 컨버전하거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박쥐'는 관객이 보는 것만큼 반응하게 되는 영화다. 이야기는 고전적인데 (당연하게도)비주얼은 매우 강렬하다.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카피는, 바로 박쥐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굉장한 영화다. 박쥐는. 영화를 보기 전에 김옥빈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김옥빈은, 아니 태주는 기대 이상. 욕망이 드글드글 끓는 요부 역할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쥐는 김옥빈의 필모에서 꼭대기에 오를 것이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도대체 맡을 수 없는 역할은 무엇일까.. 더보기
크래쉬와 태양의 제국 작가 J.G.발라드 별세 크래쉬, 그리고 태양의 제국. 각각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 두 편의 원작자이자, 살아 생전에는 디스토피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SF 작품으로 유명했던 영국 작가 J.G.발라드(James Graham Ballard)가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1930년에 태어났으니 본토식으로 따지면 향년 78세.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생전에 30여 편의 단편/장편 소설을 썼으니 과작은 아니지만, 국내에선 그리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번역되어 소개된 작품조차 2편에 지나지 않는다(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태양의 제국'과 '크리스탈 왕국'이 출간되었지만 현재는 다 절판이 되었고,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논쟁적이라고 할 '크래쉬'는 아예 국내엔 나오지도 않았다). 1960년대와 70년대.. 더보기
왓치맨: 이토록 불친절한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인간적인 고뇌에 휩싸인 (안티)히어로. 어디서 많이 봤다. 잘못된 것이 분명한,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할까 말까 번민하는 (안티)히어로. 이 역시 많이 봤다. 화끈한 액션과 세련된 비주얼은 물릴 지경이다. 근데, 왜 이렇게 지루한 거냐... 검색을 좀 해보니 원작 자체도 그렇게 불친절하고, 다분히 성인 취향이며 (다분히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미국적 감수성으로 똘똘 뭉쳐 있는 영화라고 한다. 상당한 기대를 안고 봤는데, 과문하고 강퍅한 글쓴이에게는 솔직히 추천을 할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도대체 이야기가 뭔지 모르겠어! 몇 가지 더. 꽤 긴 오프닝 시퀀스가 많은 부분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역시 300의 감독, 잭 스나이더 답다. 독특한 감성의 소유자. 그리고 음악의 사용은 .. 더보기
레슬러 별다른 이야기가 아니어도, 호화찬란한 눈요기 꺼리가 없어도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가 있다. 왕년에 잘 나갔던, 그러나 지금은 진짜로 별 볼일 없는 '어른'이 담담하게 늘어놓는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레슬러'도... 딱 한 마디. 참 짠한 영화다. 게다가 미키 루크와 마리사 토메이 모두 영화 속 캐릭터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아 울컥해진다. 솔직히 올해의 명작 정도의 반열에 올릴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어른의 짠함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브루스 '더 보스' 스프링스틴 형님도 참 많이 늙으셨네 영화의 마지막 장면, 20년 전 세기의 대결 리턴 매치를 할 때, 우리의 주인공 랜디 '더 램' 로빈슨이 등장하려 할 때 건즈 앤 로지스의 'Sweet child o' mine'이 나온다. 이 때 소.. 더보기
비 카인드 리와인드와 용산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 미셸 공드리의 연출작에 잭 블랙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믿기가 힘들었다(사실 이터널 선샤인 때 짐 캐리의 출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과연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인가 궁금했는데, 사실 잭 블랙의 영화 내에서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도시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이제 헐리게 될 운명에 처한 비디오 대여점이 있다. 늙수구레한 주인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가게를 살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일로 '비 카인드 리와인드'라는 이 가게에 손님이 들끓게 된다. 그 비결은, 유명한 영화들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직접 촬영을 해서 테이프에 담아 대여하는 것.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데.. 더보기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 장면 장면의 간지가 작살인 범죄 영화를 잘 만드는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이 올해 개봉한다. 제목은 '퍼블릭 에너미'. 정확하게는 Public Enemies로, IMDb 같은 데서 그냥 'Public Enemy'라고만 치면 엄하게도 네드 켈리와 우리나라 영화 공공의 적(...)이 나오니 에너미는 꼭 복수형으로. 193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악당 존 딜린저 역으로 조니 뎁, 그리고 그를 추적하는 FBI 수사관 역으로 크리스찬 베일(요새 너무 다작이다)이 나온다. 참고로 존 딜린저는 우리가 종종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은행 강도(밖에 차를 세워두고 중무장한 채 빠른 시간 내에 은행을 치고 빠지는)의 전형을 세운(?) 인물로, 실제로 FBI 내 사격장에서 그의 얼굴 사진을 타겟으로 썼으며, 초창기 연방수사국의 .. 더보기
2009 로스트 메모리즈 Part 2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2009년의 벽두를 여는 초강력 액션 스펙터클 블록버스터!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의 고품격 무비! 한국과 일본, 양국 톱스타 전격 캐스팅! 대한민국에서 개런티가 가장 비싼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연기! 대한민국에서 대여료가 가장 비싼 여의도 국회의사당 올 로케이션! 대한민국 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 투여! 이제껏 이런 영화는 없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절찬리 상영 중! (BGM: Lesiem-Fundamentum) 전쟁은 시작되었다! 2009 로스트 메모리즈 대한민국은 아직 일본의 속국이라는 과감한 설정 광화문 네거리,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희대의 인질극 발생! 현장에 도착하는 특수수사기관 소속 경찰들 현장에 도착하는 특수수사기.. 더보기
화끈한 영화, 데쓰 레이스 지금의 폴 앤더슨 감독은, 솔직히 전성기 때의 아이반 라이트만이나 러셀 멀케이, 조엘 슈마허보다 나은 것 같다. 너무 B급 취향이긴 하지만 '영화란 엔터테인먼트는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어느 때부터인가의 작품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것만 같다(그런 점에서 둠스데이 연출한 닐 마샬 감독은 할리우드란 동네에서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이렇게, 러닝 타임 내내 아드레날린이 차고 넘치는 영화를,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는 좀 허무하고 누가 봐도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이스 장면의 박진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레이스 장면으로 너무 유명한 매드맥스 2편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다. 무진장 화끈한 영화!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에서 시간 때울.. 더보기
눈먼 자들의 도시, 원작 그리고 영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본 건, 학교 때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보고 난 이후 처음인 것 같다(솔직히 내 취향은 한림원의 그것과는 한참 멀다). 물론 꼭 노벨 문학상이 아니더라도 포르투갈 출신의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는, 그리고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세를 떨쳤기에 언젠가는 한번 봐야지 내심 점 찍고 있다가, 이제서야 봤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별 연관은 없어 보이는, 남미 환상문학의 정수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의 과감한 설정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그러나 그 행간으로부터 독특한 문화적 감수성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렇게 고리타분한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실이 그렇다)을 읽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이 실명을 한다. 심지.. 더보기
폴 뉴먼, 83세를 일기로 타계 이른바 명배우라는 호칭을 받는 많은 이들이 그렇지만, 젊었을 때 '꽃미남 계열'에 속했던 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멋있어지는 걸 많이 본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말론 브랜도가 그랬고, 로버트 레드포드나 워렌 비티(이 쪽은 '살짝 느끼한 계열'에 속하나?) 등이 그렇다. 그리고, 오늘 날짜로 세상을 떠난 폴 뉴먼도 역시 그렇다. 향년 83세. 사인은 지병인 암. 젊었을 때의 그가 나왔던 영화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품은 아무래도 내일을 향해 쏴라, 그리고 스팅이 아닐까 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선 그 유명한 '자전거 씬'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고, 단짝 친구였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역시 호흡을 맞췄던 스팅도 떠오르고. 사실 젊었을 땐 약간 건들거리기도 하고, 어딘가 삐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