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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오히려 참신해 보이는 오락영화 '차우'



언제부턴가 한국영화에선(정확하게는 영화 마케팅 부분에서), 참 묘한 트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제작비 얼마얼마를 들인 대작, 인기 배우 누구누구를 캐스팅한 역작 등등 지극히 평이하게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여기에 꼭 한 꺼풀을 덧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애국심 마케팅', 이거 진짜 속이 느글거린다.

대표적으로 '디 워', '한반도' 같은 영화가 그랬다. 마치 이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이야말로 애국자이며 민족성이 투철(?)한 이로 여겨지게끔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솔직한 말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볼 사람 아무도 없었을 것 같은 형편없는 졸작들이다.

최근엔 '해운대'가 비슷한 노선을 타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CG로 중무장한 영화가 아니에요"라며, '한국적 재난영화'를 참 열심히 만들었으니 봐주세요(?) 등등 별 감흥도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특히 제작비를 꽤 많이 투입한, 소위 블록버스터들에 있어 이런 경우가 더하다. 더 재미있고, 더 화끈하고, 더 쾌감 넘치는 영화라고 왜 말을 못 하나? 자신들의 작품에 그렇게 자신이 없나? "우리 영화는 2시간 동안 머리 텅 비우고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에 짱인 영홥니다.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 바람 시원하게 나오는 영화관에서 데이트하세요"라고 말 하면, 왜, 좀 수준 떨어져 보이나?

그런 점에서, 괴수 영화를 표방하고 나선 '차우'의 행보가 오히려 참신해 보인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는 약간 코믹해 보이긴 하지만 예고편을 보면 뭐 꼭 그렇진 않은 모양. 그런데 그것보다 글쓴이의 마음에 들었던 건, 아예 '짜릿한 오락영화'라는 문구를 마빡에 떡하니 붙여놓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예 초장부터 '오락'이란 광고 카피를 썼던 한국영화는 (영화 자체가 일종의 '재난'이었던)'아 유 레디'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다.

물론 영화는 아직 보질 못했다(기술시사는 한 번 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게 될 것 같다. 현재로선 '해운대'보다 보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마음에 든다. 짜릿한 오락영화라고 하잖나. 어깨에 힘 주고 쓸데없이 무게 잡는 척 하는 여느 영화들과 다른 점이 오히려 참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