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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보다는 폴른의 복수




더 많아지고, 강해진 외계의 로봇들.
더 생생해진 로봇들의 표정 연기(?).
더 장대해진 스케일.

여전한 것도 있다. 린킨파크의 흥겨운 넘버와 썰렁하지만 나름 귀여운 유머 요소만 여전했으면 좋았을 텐데, 낯 간지러운 이야기도 여전하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한국 내 공식 부제는 이렇지만, 의역이 너무 심하다. '폴른의 복수'가 더 잘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에 대해선, 요렇게 간단하게만 이야기하고 끝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꼭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서 입이 근질거릴 지경이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가뜩이나 대형 블록버스터가 많은 올 여름 가장 강력한 폭탄을 개봉 전에 목도했다는 게 어딘가.

더 강력한 적이 나온다
이게 과연 스포일러일까, 아닐까 (아주 잠깐 동안)고민했는데 2편 必관람을 외치거나 적어도 심각하게 고려하는 관객이라면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지른다. 1편의 메가트론 따위는 그냥 발라버릴 수준의 매우 강력한 적이 '새롭게' 등장한다.

물론, 오토봇 진영에서도 신진 세력은 등장한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GM대우의 마티즈 후속 모델도 당연히 나온다. 약간 우스꽝스럽게.

압도적인 스케일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들은 참 대단한 적들과 맞서 싸웠다. 소소하게는(?) 수백만 시민을 인질로 잡은 테러리스트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도시의 랜드마크들을 때려부순 외계인(혹은 외계의 행성) 등이었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선, 그냥 도시 하나를 완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입이 딱 벌어질 만한 장면이 초반부터 나와준다. 그런 비주얼이 도대체 어떻게 구현된 건지 궁금함을 느낄 새도 없다. 실제로 영화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최하 20년 정도의 대규모 토목공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삽질밖에 모르는 누군가는 좋아하겠군).

잊지 말 것! 예고편은 전부가 아니다.

외계 로봇, 연기가 늘었다
잠시 1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외계의 로봇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방법은 '대사'가 전부였다고 봐도 무방하다(물론, 범블비는 라디오에서 중간중간 이어지는 노래 가사로 '말을 했다').

그런데 2편에선, 이 로봇들이 참 연기를 열심히 한다. 1편에 비해 로봇 얼굴의 클로즈업 쇼트도 훨씬 많아졌고, 눈썹(만약 그런 게 있다면)을 여덟 팔(八) 자로 만들어버리거나 한쪽만 슬쩍 치켜올리는 등 다양한 표정 연기를 한다.

바로 그렇게 로봇들이 영화에서 인간 못지 않은 '감정'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1편보다 훨씬 더 많은 로봇들이 등장하고, 갈등 구조 또한 인간 VS 로봇 못지 않게 로봇 VS 로봇의 상황에서 많이 구현되기 때문에, 캐릭터의 형상화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야기는 어쩔껴?
외계에서 온 로봇이 자동차는 물론이고 온갖 기계 장치로 자유자재로 변신하며 심지어 영어를 쓴다(!)는 점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라면, 당연하지만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란 영화는 볼 필요가 없다.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그런 설정이 현실성 제로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드라마'가 구리다는 게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하여튼 착한 편인 외계의 로봇이 인간을 위해 적대 세력과 싸우는 이유란 게, 뭐 인간의 본성이 착해서라나? 어리버리 고딩이 큐브를 들고 왔다갔다 하다간 그걸로 적의 대빵을 (너무 손쉽게)쳐부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이야기가 1편의 그것이었다면 2편도 다르진 않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듯한 '이야기'는, 맨 위에서도 전한 것처럼 여전하다.

로봇이 치고 박고 싸우는 영화에 무슨 이야기 타령이냐고? 아쉬워서 그런 거다.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가 그저 박쥐를 코스프레한 부잣집 도련님의 치기 어린 장난은 아니었음을 기억하자.

분명히, 재미있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란 영화가 재미없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이 압도적인 박력을 스크린으로 온전히 느끼는 경험은 예년보다 덥다는 올 여름, 무엇과도 바꾸기 힘들 것이다.

덧붙임)
마이클 베이 감독은 해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버전에 비해 아이맥스에서 상영되는 버전은 추가된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가급적이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관람하실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