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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오히려 참신해 보이는 오락영화 '차우' 언제부턴가 한국영화에선(정확하게는 영화 마케팅 부분에서), 참 묘한 트렌드를 찾아볼 수 있다. 제작비 얼마얼마를 들인 대작, 인기 배우 누구누구를 캐스팅한 역작 등등 지극히 평이하게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여기에 꼭 한 꺼풀을 덧붙여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애국심 마케팅', 이거 진짜 속이 느글거린다. 대표적으로 '디 워', '한반도' 같은 영화가 그랬다. 마치 이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이야말로 애국자이며 민족성이 투철(?)한 이로 여겨지게끔 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솔직한 말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볼 사람 아무도 없었을 것 같은 형편없는 졸작들이다. 최근엔 '해운대'가 비슷한 노선을 타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CG로 중무장한 영화가 아니에요"라며, '한국적 재난영화'를 참 열심.. 더보기
유현목 감독 별세 올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아깝게 생명을 잃는다. '오발탄'의 감독인 유현목 감독이 오늘 향년 84세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현목 감독은 말년엔 모교인 동국대에서 교편을 잡으셨지만, 아무래도 그의 함자 석 자 뒤엔 '감독'이란 말이 들어가야 자연스럽다. 강의 도중에도 줄담배를 피우셨다는 일화로도 유명하지만 그 이름을 이야기할 땐 당연히 '오발탄'이 언급되어야 할 것. 오발탄이 온전한 버전으로 개봉되는 걸 꿈꾼다. 언젠가는, 가능하겠지. 올해는 너무 많은, 아까운 사람들이 생명을 다하고 있다. 더보기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보다는 폴른의 복수 더 많아지고, 강해진 외계의 로봇들. 더 생생해진 로봇들의 표정 연기(?). 더 장대해진 스케일. 여전한 것도 있다. 린킨파크의 흥겨운 넘버와 썰렁하지만 나름 귀여운 유머 요소만 여전했으면 좋았을 텐데, 낯 간지러운 이야기도 여전하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한국 내 공식 부제는 이렇지만, 의역이 너무 심하다. '폴른의 복수'가 더 잘 맞는 표현으로 보인다)에 대해선, 요렇게 간단하게만 이야기하고 끝내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꼭 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어서 입이 근질거릴 지경이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가뜩이나 대형 블록버스터가 많은 올 여름 가장 강력한 폭탄을 개봉 전에 목도했다는 게 어딘가. 더 강력한 적이 나온다 이게 과연 스포일러일까, 아닐까 (아주 잠깐 동안)고민했는데 2편 必관람.. 더보기
드래그 미 투 헬: 상큼한 코믹 호러 지직거리는 '삐짜' 비디오로 이블데드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사실 굉장히 난감했다. 도대체 언제 웃어야 할지 모르겠고, 언제 무서워해야(?) 할지 몰라서. 장르는 분명 호러가 맞는(것 같긴 한)데 전체적으론 웃긴다. 그것도 그냥 씩 웃고 마는 게 아니라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상황. 영화에서 웃긴 장면 나오면 웃으면 되고, 무서운 장면 나오면 무서워하면 되는 건데 그걸 몰랐단 것도 따지고 보면 웃긴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 어떤 영화든 신병 대기마냥 각을 딱 잡고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뜯어보는 게 나름 영화를 공부하려 한다는 이의 마음가짐 비스무리한 것이었고, 실제 주위의 많은 친구들도 그랬다. 영화 관련 서적이라면 '영화의 이해'와 '세계영화사' 딱 두 권만 있던 시절, 정작 영화는 볼.. 더보기
거북이 달린다, 재미있다 거북이 달린다, 어제 밤 시사회를 보고 와서 적음. 김윤석, '원톱 스트라이커' 체제 구축의 신호탄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선, 송강호나 최민식이나 이병헌 정도를 제외하곤 빅 & 스몰 조합의 투톱이나 윙포워드까지 가세한 쓰리톱 체제가 가장 안정적인 포메이션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 김윤석이란 배우도 (지극히 제한된 배역에서의 이야기지만)원톱 스트라이커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되었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만난다면, 김윤석은 향후 3~4년 동안은 한국영화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존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만신전(Pantheon)에 경배를! 한국영화에 바치는 오마주 영화 초반, '현직' 경찰인 조필성(김윤석 분)이 불법 보도방 영업을 수사(?)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건.. 더보기
바더-마인호프 콤플렉스(2008): 적들에 대처하는 21세기의 자세 바더-마인호프, 우리에겐 적군파(Red Army Faction, 줄여서 RAF)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독일의 극좌파 테러리스트 집단. 모름지기 좌파, 혹은 급진좌경세력이라고 하면 바로 이런 친구들한테나 쓰는 말이다. 북한이랑 친하다고 좌파가 아니라는 말이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이후 울리 에델 감독은 뭐하나 했더니 고향으로 돌아가 이런 깜찍한(?)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바더-마인호프 콤플렉스(Der Baader Meinhof Komplex, 2008)'는 60년대 후반부터 약 10여 년 동안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적군파를 다룬 영화다. 리더 안드레아스 바더와 그의 연인 구드룬, 그리고 그들을 곁에서 지켜보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같은 길을 가게 된 저널리스트 울리케 마인호프.. 더보기
스포일러 피하면서 '마더' 이야기하기, 힘드네 김혜자라는 배우가 '국민 어머니'라는 칭호를 얻게 된 계기는 지난 1980년부터 시작된 TV 드라마 '전원일기' 덕분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바로 그런, 자상하고 포용력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김혜자씨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 '마더'의 원안을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고 있다. 사실 김혜자씨가 마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원일기를 비롯해서 기타 다른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그리 다르진 않다. 지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아들을 위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 바로 그것인 게다. 다만 마더에선 아들을 위하는 행위 자체가 보다 '영화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 정신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힌다. 이제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한다. 이 정도가 영.. 더보기
카우보이 비밥 Session1: Asteroid Blues 이미 전설이 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박스셋이 또 나왔다. 이제 정말 에반게리온더러 '사골게리온'이라고 더 이상 놀리지 못하게 됐다(...). 뭐 그래도 상관 없다. '빠심'이란 원래 이런 쪽에 또 발동하는 법이니까. 국내 케이블TV 방영 당시 무려 30여 명의 성우를 기용하며 공전절후의 블록버스터 소리를 듣기도 한 카우보이 비밥인데 투니버스 방영의 더빙판을 더 이상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게 된(중고는 아마 구할 수도 있을 듯)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질러보려 한다. 카우보이 비밥에는 뒷 이야기도 많다.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의 실제 모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심지어 할리우드에서 실사로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어쨌든, 이제 빠심 발동 + 지름신 강림에 즈음하여, 카우보이 비밥을 되새.. 더보기
씨네큐브 광화문 기획전: 다크 사이드 오브 아메리카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지나서 경희궁 쪽으로, 혹은 그냥 광화문에서 서대문 쪽으로 가다 보면, 커다란 2차원의 남자(?)가 망치질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그곳, 흥국생명 빌딩 지하에 씨네큐브 광화문이 있다.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바로 내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기획전이 열린다. 시드니 루멧 감독의 신작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개봉 기념으로 미국 사회의 암울한 비전이 담긴 영화들이 리스트 업 된 이번 기획전의 제목은 '다크 사이드 오브 아메리카'. 리스트는 짱짱하다. 작년/재작년에 개봉했지만 보진 못했던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만 모였다. 내일부턴 'T4'를 위시해서 앞으로 주루룩 여름 시즌을 노린 미국산 블록버스터들이 개.. 더보기
62회 칸 영화제 현지 시간으로 어제(5월13일), 칸 영화제가 시작됐다. 이제 열흘 동안, 이 작은 프랑스의 휴양지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영화 관계자들, 취재진들로 북적일 것이다. 내 살아 생전에 이런 데 구경 한 번 가볼 일이 있을까. 올해로 62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선 박찬욱 감독의 '박쥐'와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각각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관심을 모...은다고 일단 많은 한국 미디어에선 이야기하고 있는데, 글쎄 어떨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지. 올해 심사위원장은 영화 '피아니스트'에 출연했던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맡았다. 그 외에는 '위 오운 더 나잇'을 연출했던 감독 제임스 그레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원작을 썼던 영국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 그리고 한국의 이창동 감독에다 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