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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추노>의 마지막회에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누구나 예상했던 결말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으로 봐서 의 결말은 이렇게 나야 옳다(고 본다). 이 어지럽고 더러운 세상을, 누군가는 바꿔보고자 했고 누군가는 본의 아니게 휩쓸렸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질펀한 인생에도 가치는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 "네가 그리워서 찾은 게 아니라, 난 그냥 도망노비를 쫓은 거야" (대길) 모처럼 단 둘이 있게 된 대길과 언년/혜원. 아직은, 아니, 어쩌면 영원히 이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완전히 열어 보이지 못한다. 바로 과거의 그 사건 이후부터. 대길은 굵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짐짓 언년/혜원에게 공허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론, 그 속마음은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옛날의 도.. 더보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팀 버튼, 나이를 먹다 루이스 캐롤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 원작만큼 국내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 자체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한편으론 화사하고 생기발랄한, 총기가 넘치고 따뜻하지만 한편으론 냉소적이고 엽기적인 비전의 소유자 팀 버튼의 해석이 (무지하게)궁금했던 이유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각적 유희를 최근에 이만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 또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이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도 그렇다. 그러나 에서의 호흡은 때로 불규칙하고, 너무 분절적이다. 이래서야 짜릿한 테마파크 2시간 이용권을 끊어서 (순서도 무시하고)여기저기 들락날락했다는 기분밖엔 느낄 수가 없다. 팀 버튼이란 대단한 감독에게서 우리가.. 더보기
2010년의 이야기 <인 디 에어> 2010년 성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2010년 성인들의 사랑하는 이야기. 그래서, 2010년이라는 세상의 이야기. 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코미디다. 그리고 당연히, 아주 재미있다. 이런저런 기대작들에 치어서 극장 개봉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은데, 내려가기 전에 빨리 보시라.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보시라. 더보기
<밀크>, 2010년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 넓은 마음을 갖기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 더욱 그러한데, 구스 반 산트 연출 숀 펜 주연의 에서처럼 유색인종, 동양인(이 부분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제3세계 노동자들로 살짝 바꿔보자),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과연 어떤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는 실존했던 인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커밍 아웃을 한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녹음했던 기록이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없을 듯 한데...) 숀 펜이라는 명배우의 명연기로 구현된 이 정치인의 일대기는, 2010년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단지 영화의 말미에 .. 더보기
<의형제>를 읽는 몇 가지 키워드 1. 분단상황 의 멋진 두 남자주인공, 이한규(송강호)와 송지원(강동원)은 각각 남한과 북한 정보당국의 요원들이다. 이 영화는 남북의 분단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에는 별 관심이 없다. 만 해도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이 체제의 차이에 두고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보다는 서로 가는 길이 다를 수밖에 없는 두 남자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한 가장 드라마틱한 설정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분단상황을 가져온 것일 게다. 이 두 사람은 성별만 빼놓으면 연령대와 현재의 처지, 심지어는 체격조건과 인상까지도 모두 전혀 다르지 않은가. 사실 장훈 감독은 뭔가 조금 '심각한'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성향의 소유자일 수도 있다(오히려 그 쪽의 가.. 더보기
<울프맨>, 조금 심심하네 에 슈퍼맨 나오고, 에 배트맨 나오듯이 에도 늑대인간은 나온다. 근데 도 그랬고 도 그랬지만, 그냥 나오기만 하고 전부는 아니잖아. 또 뭔가가 있었지. 에는 그게 별로 없네. 이게 완전 고리짝 1930년대 영화를 순수(?)하게 리메이크한 거라서 그런 거라고도 하는데 거기에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은 영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 듯. 호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나랑 맞는 코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더보기
KBS <추노>, 왜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간만에 두근두근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 는, 이렇게 저렇게 뜯어볼 구석이 많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니 사극이긴 한데 드라마건 영화건 소설이건 아무튼 대중문화의 어떤 장르에서든 시대적 배경이 '하필이면 바로 그 때'여야 하는 이유는, 창작자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경 존재한다. 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노비를 쫓는 거라서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는 말자 우리 -_- 노비는 삼국시대에도 있었고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왜 인조(仁祖)인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과거의 이야기를 그리는 사극의 배경으론 아무래도 조선시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야 당연히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관련 자료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일반인들 사이에서.. 더보기
더 로드(2010) 미국 현대문학에서 J.D.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와 함께 '헤밍웨이 이후'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코멕 맥카시 작 를 보고 난 다음의 느낌은 말 그대로 한숨이 푹푹 쏟아지는;; 지경이었다. 도대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암울함 그 자체.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궁금해졌다. 알다시피 는 모종의 이유로 세상이 완전히 멸망한 이후의 묵시록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된 이유가 뭔지 혹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작품은 아니다(세상이 뒤집어지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스펙타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작품이다). 그냥 '온통 잿빛이고, 하여튼 설명하기 힘든 어떤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과연 어떻게 보여줄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스크린에서 만나.. 더보기
러브 익스포져: 이토록 극적인 경험 농담이 아닌 사랑 이야기 소노 시온 감독이 연출한 러닝타임 237분짜리(!) 영화 를 보는 것은 여러 모로 매우 극적인 경험이다. 어떤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야 좋은 영화'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는 당연히 좋은 영화다. 4시간 동안의 이야기는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단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야 쌔고 쌨지만, 이 영화는 조금 특별하다. 마치 프리츠 랑 감독의 처럼 전반부와 후반부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의 전반부는 포복절도할 코미디와 목불인견의 하드고어(...) 씬이 뒤섞여 있는데, 그 두 요소가 이질적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일본 영화를 처음 보.. 더보기
생소한 셜록홈즈: 아이언맨 1.5 버전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더라면 아주 간단하게 (영화 속)홈즈가 왓슨이고 왓슨이 홈즈인 줄로만 알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던 '우아한' 이미지의 셜록홈즈는 없고 무지하게 우락부락하고 대부분의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는, 난데 없는 '액션 히어로'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억을 자세히 돌이켜 보면, 원작에서 홈즈는 책상물림 스타일의 척척박사는 아니었다. 각종 격투기와 복싱에 능하다는 설정이 있었고 아주 가끔은 완력을 구사하는 장면도 (원작에서)전혀 안 나온 게 아니니. 사실 원작의 해체와 재복원(이런 거창한 표현이 가능하다면)에 큰 관심을 가진 듯한 가이 리치 감독이 에서 가장 의미심장하게(?) 넣은 장면은 망나니 같은 홈즈에게 왓슨이 시원하게 한 방을 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