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설이 된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의 박스셋이 또 나왔다. 이제 정말 에반게리온더러 '사골게리온'이라고 더 이상 놀리지 못하게 됐다(...). 뭐 그래도 상관 없다. '빠심'이란 원래 이런 쪽에 또 발동하는 법이니까.
국내 케이블TV 방영 당시 무려 30여 명의 성우를 기용하며 공전절후의 블록버스터 소리를 듣기도 한 카우보이 비밥인데 투니버스 방영의 더빙판을 더 이상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게 된(중고는 아마 구할 수도 있을 듯)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질러보려 한다.
카우보이 비밥에는 뒷 이야기도 많다.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의 실제 모델에 대한 이야기부터, 심지어 할리우드에서 실사로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있다. 어쨌든, 이제 빠심 발동 + 지름신 강림에 즈음하여, 카우보이 비밥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Session 1: Asteroid Blues
처연한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첫 등장하는 주인공. 위 씬은 나중 비셔스와 대결하는 에피소드(세션)에 다시 나온다. 5 세션인가? 아마도.
첫 번째 세션의 제목, '소행성 블루스'. 카우보이 비밥 각 세션의 제목은 애초부터 있던 유명한 노래들의 제목을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아스테로이드 블루스'라는 제목의 노래가 따로 있진 않다(아마도 파일럿 형식의 에피소드여서 이 땐 그냥 임의대로 제목을 붙인 것일 수도).
비밥 호 안에서 신체 단련 중인 스파이크 스피겔. 처음 카우보이 비밥을 볼 때 이 장면을 보고 표정이 +_+ 완전 이랬다. 참 잘 생겼다. 침 질질.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의 파트너이자 자상한 형님의 롤인 제트 블랙. 뭐 그도 나름 사연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투니버스 방영 때에는 김기현씨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현상금 사냥꾼으로 먹고 사는 두 주인공. 첫 번째 타겟은 '아시모프 소렌산'이란 이름의 범죄자. 카우보이 비밥에는 참 많은 영화, 애니메이션, SF 장르에 대한 오마주가 등장하는데, 아시모프라는 이름은 당연히 아이작 아시모프에 바치는 헌사일 터. 가만히 보면 와타나베 신이치로(카우보이 비밥 감독)도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만큼 오타쿠?!
스파이크 스피겔의 애마, 소드피쉬 2. '소드피쉬'라는 이름도 일종의 오마주다. 원래 소드피쉬는 2차 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사용한 복엽기의 이름인데, 재미있는 것은 소드피쉬는 2차 대전에서 활약한 전투기들 중 제작비가 가장 적게 드는, 싸구려였다고. 카우보이 비밥에서도 뭐 그리 고급 기체는 아닌 듯한데, 나중에 이 소드피쉬 2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세션도 있다.
아시모프 소렌산이 있는 모 행성의 '티후아나'란 도시인데, 생긴 건 그냥 지구의 도시와 별로 다를 건 없다. 이 장면이 웃긴 건 위 간판. 멀쩡한 한글로 '정축년 운세'라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 1997년은 정축년이 맞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내에선 한글과 중국어, 심지어 아랍어도 자주 나온다.
범죄의 그늘을 물씬 풍기고 다니는, 오늘의 타겟 아시모프. 그리고 그의 여자.
아시모프는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범죄 조직에서 신종 마약을 대량으로 탈취, 화성으로 도주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위 장면은 바로 그 마약을 복용한 상태의 POV. 자, 이 마약의 이름은? 1. 블러디 메리 2. 블러디 아이 3. 레드 메리 4. 레드 아이
모름지기 범죄자를 잡으려면 위와 같은 탐문 수사 및 사정 청취는 기본.
스파이크의 애마 소드피쉬 2와, 제트 블랙의 애마 햄머헤드. 카우보이 비밥의 작화가 뛰어난 것은, 이처럼 운송 수단(?)까지도 각 캐릭터의 분위기에 맞는 세련미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다시 만난 스파이크는 아시모프를 곤죽이 되도록(...) 패고 또 팬다. 나중 세션에도 나오지만 스파이크의 액션은 이소룡의 절권도를 기본으로 한다(나중 세션엔 아예 '용쟁호투'를 직접 언급하기도 한다).
...우리의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 순간,
파트너가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출한다.
대기권을 벗어나서까지 지속되는 추격전.
아시모프와 만나기 전 잠깐 스쳤던 아시모프의 여자와 눈빛 교환. 그런데 그녀는 이미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험한 일 하면서 험한 꼴도 많이 봤을 스파이크가 이렇게 놀란 이유는? "젠장, 현상금 받으려면 사로잡아야 한단 말이다!"
제트 블랙이 '소고기 잡채'라고 번역된 '진자오로스'란 요리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봐도 저건 소고기 잡채가 아니라 고추잡채다. 갑자기 풀빵이랑 고추잡채가 땡기네.
담배를 나눠 피우는 두 주인공. 카우보이 비밥은 이렇게 각 세션이 끝날 때마다 흐르는 노래가 압도적으로 좋다. 칸노 요코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된 OST도 강력 추천. 그나저나 이렇게 박스셋은 몇 번이고 나오는데 앨범이나 공연 실황 DVD는 안 나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