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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62회 칸 영화제




현지 시간으로 어제(5월13일), 칸 영화제가 시작됐다. 이제 열흘 동안, 이 작은 프랑스의 휴양지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영화 관계자들, 취재진들로 북적일 것이다. 내 살아 생전에 이런 데 구경 한 번 가볼 일이 있을까.

올해로 62회를 맞은 칸 영화제에선 박찬욱 감독의 '박쥐'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각각 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관심을 모...은다고 일단 많은 한국 미디어에선 이야기하고 있는데, 글쎄 어떨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지.



올해 심사위원장은 영화 '피아니스트'에 출연했던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맡았다. 그 외에는 '위 오운 더 나잇'을 연출했던 감독 제임스 그레이,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원작을 썼던 영국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 그리고 한국의 이창동 감독에다 로빈 라이트 펜, 아시아 아르젠토(!), 그리고 서기(서기, 참 많이 컸네...) 등 알흠다운 여배우들도 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들 중 아무래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은 '박쥐'일 텐데, 박쥐가 다분히 감독 개인의 취향에 기댄 위악적 소동극에 가깝다면, 위 이미지의 '안티크라이스트(제목부터 심상치 않다!)'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혼자서 개인적으로)예상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이 영화는 일단 장르상으론 오컬트 호러 쪽에 가까운데,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윌리엄 데포와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이사온 시골 마을에서 수상한 일이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제목부터 노골적인데, 과연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만큼 싫어하는 가스파 노에 감독은 신작 '엔터 더 보이드(Enter the Void)'에선 또 얼마나 맹랑하게 굴까. 일본에 이사온 자매 중 오빠는 마약 딜러로 나서고 여동생은 스트립 클럽에 나간다는 콩가루 집안의 이야기.

뭐... 별로 관심 있어서 소개한 건 아냐! 절대 아니라구!



조금 희한한 영화 한 편 소개. 거장이란 칭호가 손색이 없는 켄 로치 감독의 'Looking for Eric'에는 에릭이란 이름의 우편배달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30년 전에 사랑했던 여인과 다시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이 영화에는 정말 희한하게도 프랑스 출신이며, 박지성이 소속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선 전설로 통하는 에릭 칸토나가 출연한다! 아마도 카메오 정도겠지.



그리고 빼먹으면 섭섭한 영화 한 편. 악동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도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있다. 'Inglorious Basterds'란 제목의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에서 암약한 특수부대의 이야긴데 위 이미지에서 보듯 브래드 피트도 나오고 다이앤 크루거, 틸 슈바이거 등이 나오는, 약간 코믹하면서도 타란티노 답게 무자비한 폭력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영화는 지금 아예 시리즈로 기획 중이라고.



이번부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으로 가서,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을 연출했던 이란 감독 바흐만 고바디의 '페르시아 고양이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No one Knows about Persian Cats)'라는 제목이 끌려서 클릭을 했더니, 아뿔싸 프랑스어. -_- 사실 지금 작성 중인 포스팅은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고 있는데, 거기 말고는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도대체 무슨 영화일까.



'아무도 모른다'를 연출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어 돌'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다. 여기선 한국 배우 배두나가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오다기리 조도 나온다! 내용은 독신 남성인 히데오네 집에 사람 크기와 똑같은 인형이 배달되는데 이 인형이 생명을 얻게 되는, 판타스틱한 이야기라고.



판타지 영화라면 또 있다. 태국 감독 펜엑 라타나루앙이 연출한 '님프'는, 수천 년 전 과거와 현재가 오가는 환상적인 이야기. 사진작가인 남자가 야생의 생활을 촬영하기 위해 오지의 숲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현재 부인의 전생인 여자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라고 한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들 중 가운데 별도로 소식을 전해야 하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바로 '파르나수스 박사의 상상 연구소(?)' 정도로 해석될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인데, 이 영화는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 주연을 맡았던 히스 레저가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그의 미촬영분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 각각 나눠서 촬영하게 됐는데(그들은 히스 레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모두 출연을 자처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들은 개런티를 모두 히스 레저의 2살배기 딸에게 기증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초청되었고, 상영될 예정. 비경쟁 부문에선 국내 개봉 예정인 호러물 '드래그 미 투 헬'(샘 레이미 연출)과 첫 날 상영작이었던 '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