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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킥애스>: 꼭 봐, 엉덩이 제대로 걷어차이고 싶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는, 어떤 멋진 광경이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체화되며 친구들 사이의 관계는 다분히 폐쇄적이면서도 분절적인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시대.

과거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가진 (일종의)초능력 외에도 각각 당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권력 시스템 언저리를 얼쩡거렸음을 알 수 있다. 클라크 켄트는 신문기자였으며(언론) 브루스 웨인의 부친은 제조업(전형적인 2차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하여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단 피터 파커 정도는 예외가 되겠다.

하여튼 슈퍼 히어로들 사이의 그런 공통점을 보자면 <킥애스>의 주인공 데이브도 나름 뭔가 내세울 만한 대단한 '꺼리'가 있어야 되는데, 학교에선 존재감 제로에다 여교사를 상상하며 자위나 일삼는 이 찌질한 고딩에겐 그런 것 따위 없어 보인다.

정말? 아니, 그렇지 않다.

킥애스가 가진 진짜 무기는,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한 녹색 타이즈가 아니고 짤막한 몽둥이나 테이저건은 더더욱 아니고 교통사고를 당해 온몸에 박아넣은 철심도 아니다. 그가 가진 무기는 바로 지금의 시대에서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며, 그 가장 큰 수단인 네트워크를 잘 이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밤낮으로 정의사회 구현에 힘쓰는 슈퍼 히어로들이 개인으로부터 이메일을 받는 식으로 사건 '의뢰'를 받은 적이 있던가? 내 기억으론 없다. 킥애스가(그리고, 어떤 측면에서 보자면 레드 미스트도), 적어도 영화 안에서 진정한 영웅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킥애스>는 여러 차례, 관객의 기대(와 예상)을 조각내는 영화다. 말하자면 '나름의 방식으로 관객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영화인 것이다.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만, 생각보다 잔혹한 표현의 수위도 높고(사실 그보단 언어폭력의 수위가 더 높다. 실제 나이 97년생인 꼬맹이에게 어찌 그런 대사를 내뱉게 했는지 참...) 장르의 클리셰를 비틀며 심지어는 내러티브의 호흡도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무비의 그것을 비껴간다.

모든 사람에게 권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필경 이 영화는 18세 관람가 등급을 먹을 것이다), '심심하거나 졸린' 영화는 사절하는 대부분의 관객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P.S 1:
옆자리에 앉았던 한 여성 관객은 초반의 잔혹한 장면에서 눈쌀을 찌푸리며 어깨도 움츠렸는데(그런 것 같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선 박수를 쳤다. 이런 영화, 흔치 않다.

P.S 2:
꼬맹이 히어로 힛걸 역의 클로에 모레츠는 97년생으로 우리나라의 또래들보다도 더 어린 것 같아 보인다(영화에선 11살 정도의 나이로 나온다). 그런데 그 '포쓰'는 극강! <킥애스>의 속편보다 먼저 스핀-오프 시리즈로 <힛걸>이 나올 것 같은 예감.



바로 이 장면 다음이 궁금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