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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게임의 영화화 작업 중 지금까지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로 이나, 조금 점수를 후하게 준다면 시리즈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이 성공 리스트에 새 영화 한 편을 적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다. 옛날 고리짝에 286 컴퓨터로 즐겼던 그 게임도 무척 재미있었고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이 영화는 PS2 버전으로 처음 나온 '시간의 모래' 프랜차이즈를 영화화했다. 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고대의 전설이 깃든 단검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던 것인데 그 부분도 영화에서 아주 잘 살아있고 무엇보다 게임에서 즐길 수 있었던 박진감 넘치면서 화려한 액션의 황홀경을 맛볼 수가 있다. 타이틀 롤을 맡은 제이크 질렌할은 이전까진 주로 유약한 이미지였는데 이 영화에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저잣거리 출신의 다스탄 .. 더보기
데니스 호퍼의 명복을 빕니다 데니스 호퍼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반골(反骨)이다. 무엇이든 항상 삐딱하게 바라보던 그 시선. 대제국 어메뤼카의 위선과 허위를 거침 없이 벗겨낸 그의 초기작 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그가 지병인 암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이다. 향년 74세. 누군가가 곁을 떠나가면서 나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정말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지만, 일요일 아침부터 참 짠하고 헛헛하고 마음이 좀 그러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영면하시길. 더보기
<하녀>, 이건 자의식 과잉이야 각각의 인물들만 나온 위의 4장은 티저 포스터고, 맨 밑에 모든 인물이 모인 1장이 메인 포스터. 그런데 메인 포스터보다 티저 포스터의 분위기가 더 좋다. 그리고 이 영화는 사실 티저 포스터에 나온 카피가 내용의 (거의)전부다. 엥? 그러면 이건 '티저'가 아니잖아?! 임상수 감독의 2010년작 는, 딱 50년 전인 1960년에 나온 김기영 감독의 와는 일단 제목이 같고 모티브 정도만 가져왔을뿐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리메이크가 전혀 아님. 사실 그래서 아쉽다. 이나 이나 (보진 못했지만 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의 임상수 감독이라서. 사실 조금은 모던한 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작품이었는데 그렇질 못해서... 하여튼 좀 아쉽다. 영화를 볼 때 게시판을 뒤적거리거나 포털의 평점을 살펴보거나 하는.. 더보기
이 정도면 훌륭한 오락, <아이언맨 2> 생각해 보면, 재작년에 개봉했던 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건 그가 정말로 '무적'이어서도 아니고, 또 히어로 사상 최고 갑부 반열에 있기 때문도 아니었던 듯하다. 브루스 웨인이나 피터 파커의 실존주의적 번뇌와는 차원이 다른(예컨대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고, 어쨌든 온몸을 철갑으로 두르고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에도 나름 현실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었다. 21세기 대중의 취향에 어필할 수 있는 무쇠팔 무쇠다리 히어로의 탄생 설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2편. 초반에 멋지게 등장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드라마틱한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설 장면에서 토니 스타크의 수트가 좀 더 미니멀한 쪽.. 더보기
그냥 웃어 제끼자, 하.하.하 이건 단연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맞다. 저렇게 '찌질'하기 그지 없는 애어른 캐릭터가 하나도 아니고 둘, 혹은 그 이상 나오는 이런 영화는 이 땅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우리의 청소년들에겐 지극히 비교육적인 영화일 거다. 그런데 하필 어린이날 개봉이라니! 하지만, (성인인)우리 대부분은 사실 극도로 찌질한 구석 하나 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니 를 보고서(아니, 보면서도) 소리 내서 하하하, 웃거나 낄낄대거나 할 수 있는 거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더 이상 일회성 판타지의 대상으로만 기능하지 않게 된 것이 반갑다. 그리고 허우대 멀쩡한 사내들이 한여름 대낮에 막걸리 한 잔 나누면서 매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것이... 그것이... (뭐라 다른 표현을 찾기가 힘들어서 계속.. 더보기
심심하기도, 심심하지 않기도 한 신화: <타이탄> (본 포스팅은 알라딘 무비 매니아 블로거 TTB 리뷰로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그리스신화를 다시 생각해본다. 다분히 아동용으로 윤색되었던 버전이긴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꽤 잔인하지 않은가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뭔가 에로틱한 장면도 종종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다시 들여다 본 그리스신화는 아니나 다를까, 무지하게 폭력적이고 끈끈했다. 저자의 민초들 이야기도 아니고 무려 신(神)들의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신들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가 극심해서 때로는 세상을 뒤집어 엎기도 하고 신들의 제왕은 자주 모습을 바꿔 인간계로 내려와 인간의 여자를 탐닉한다. 이것이 그리스신화를 정리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곤 하지만 좀 젊잖은 신의 모양새를 생각한다면 그 .. 더보기
<킥애스>: 꼭 봐, 엉덩이 제대로 걷어차이고 싶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는, 어떤 멋진 광경이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체화되며 친구들 사이의 관계는 다분히 폐쇄적이면서도 분절적인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시대. 과거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가진 (일종의)초능력 외에도 각각 당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권력 시스템 언저리를 얼쩡거렸음을 알 수 있다. 클라크 켄트는 신문기자였으며(언론) 브루스 웨인의 부친은 제조업(전형적인 2차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하여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단 피터 파커 정도는 예외가 되겠다. 하여튼 슈퍼 히어로들 사이의 그런 공통점을 보자면 의 주인공 데이브도 나름 뭔가 내세울 만한 대단한 '꺼리'가 있어야 되는데, 학교에선 존재감 제로에다 여교사를 상상하며 자위나 일삼는 이 찌질한 고딩에겐 그.. 더보기
꼭 봐야 하는 영화, <킥애스> 이 영화, 볼까 말까 망설이지 말 지어다. 아예 안 볼 거라는 생각도 말 지어다. 제대로 엉덩이를 걷어차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시사회를 보고 왔는데, 진짜 여러 모로 기가 막히는(?) 영화다. 자세한 리뷰는 다음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더보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은 연못> 전쟁은 인간을 더없이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일이 철부지 취급을 받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건, 서글프다. 영화 속에서 대문바위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순진한 사람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총탄에 스러지는 참혹한 광경보다 훨씬 더 슬프다. 당장은 마을을 떠나지만 언젠간 다시 돌아와 예전처럼 농사를 지으며 오손도손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습에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겹쳐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울 아버지는 황해도에서 홀어머니와 누이만을 남겨두고 휴전선을 넘었다. 당시 아직은 철 없는 꼬맹이였던 울 어머니는 이모들과 삼촌들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피난을 가는 길이 마치 소풍을 가는 것마냥.. 더보기
<셔터 아일랜드>, 숨이 턱턱 막히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하나 있다. 여기엔 정신병원이면서 동시에 흉악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가 있는데, 당연히 최고 수준의 삼엄한 경비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감 중이던 범죄자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본토에서 특파된 연방수사관. 자, 탈주자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인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정신병원 원장과 교도소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을 읽을 때, 사실 그 '명성'에 비하면 그저 평이한 수준이 아닌가 했다(훌륭한 작품들이 많기로 유명한 황금가지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가운데서도 이 책은 단연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이 원작을 (거의)그대로 옮긴 영화, 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원작을 읽을 때와 비슷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