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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이 정도면 훌륭한 오락, <아이언맨 2>





생각해 보면, 재작년에 개봉했던 <아이언맨>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건 그가 정말로 '무적'이어서도 아니고, 또 히어로 사상 최고 갑부 반열에 있기 때문도 아니었던 듯하다. 브루스 웨인이나 피터 파커의 실존주의적 번뇌와는 차원이 다른(예컨대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고, 어쨌든 온몸을 철갑으로 두르고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에도 나름 현실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었다.

21세기 대중의 취향에 어필할 수 있는 무쇠팔 무쇠다리 히어로의 탄생 설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리고 2편.

초반에 멋지게 등장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드라마틱한 연설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스티브 잡스를 연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설 장면에서 토니 스타크의 수트가 좀 더 미니멀한 쪽이었다면 아주 노골적이었을 텐데.

각설하고, 영화에도 나온 것처럼 토니 스타크는 전편의 '아이언맨' 이상이 되었다. 그가 그렇게 된 것은 스스로의 능력이기도 하지만 주위의 부채질도 한 몫 했다. 아이언맨 같은 위험한 무기는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미 행정부로선 당연한 것이지만, 스타크의 라이벌(진짜?)인 해머가 똑같은 주장을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해머가 제대로 개망신을 당하는 장면들은 그가 영화 속에서 악당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잇속만 챙기기에 급급한 고위층의 행태를 보여주는 듯했다.

영화 속에서 스타크가 대오각성을 하게 되는 순간은 그가 거대기업의 CEO로서, 혹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셀러브리티로서, 그도 아니면 전편보다 훨씬 비중이 커진 히어로 집단 '어벤저스'의 일원으로서 있을 때가 아니고 그저 개인 '토니'로 있을 때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치적 지향점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1966년생으로 아직 젊은 감독 존 파브르의 연출은 영리하다.

나름 기대를 많이 했던 미키 루크 형님의 캐릭터가 너무 안이하게 다뤄진 것 같아 불만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꽤 볼만 한 오락이다. 특히 이제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는 히어로 집단 '어벤저스'의 행보가 기대되기도 하고(그래도 그렇지 '그 방패'를 '그런 식'으로 사용하다가... 캡틴 아메리카 나오면 어쩔려고 그러냐 토니...) 전편의 내용을 전혀 몰라도 누구나(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도 없고 무엇보다 '진짜로 죽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