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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20대를 위한 정치공략집? 락樂 더 보트 매뉴얼과 다른 공략집이란, 대체로 이런 식이다. 특정 제품의 수치적 스펙과 물리적 퍼포먼스를 그저 건조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뉴얼이라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일 빠르고 손쉬운 길을 안내하는 것이 공략집. 시험을 목전에 두고서 하는 초치기 공부일 수도 있고 일종의 스팀팩일 수도 있다. 대한민국 청춘, 대략 10대~20대를 위한 정치 공략집이라는 부제가 붙어서 나온 '락樂 더 보트'의 저자는 이른바 진보 진영의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오늘의 기자인 류정민. 지금 꽤 많은 사람들이 2MB를 비판하고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수꼴'들을 비판하는 그 이유;;;에 대해 궁금한 이들도 은근히 많긴 할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한 선물. 오랜 기간 사회와 체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던 이들에겐, 이 콘텐츠가 .. 더보기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 흥미롭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를 보고선 '낚였다!'는 생각이 냉큼 들었다. 그러니까... 까마득한 옛날(?)에 태어난 일본의 고지라나 미국(영화)의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같은 괴수들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철학적 고찰 같은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막상 책 속 내용은, 어지간한 랩퍼 못지 않은 현란한 입담(?)을 과시하는 저자가, KTX 뺨치는 속도로 지금까지 그가 접했던 대부분의 대상을 비아냥거리기에 바쁘다. 그리고 그 비아냥의 대상이, 저자가 정치적으로 지지하는(듯한) 포지션과 대척점의 위치에 있을 때 특히 불편할 것이다(내가 그랬으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진중권이 지금보다 30% 정도 더 깐족대고, 변희재가 지금보다 60% 정도 더 느끼하게 나올 때 둘이.. 더보기
흥미로운 일본 만화 이키가미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국가, 혹은 지배권력의 이상을 국민 개개인의 이상과 일치시키는 전체주의의 말로가 좋았던 적이 없다. 지구상 대부분의 국가가 가장 최근에 한꺼번에 맞붙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들 중 독일과 일본과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들이 결국 어떤 길을 갔는가? 그리고 일본은, '왕권'이라는 형태로 상당히 구체화된 경우 외에도 '혼네/다테마에'라는 특유의 국민성에 힘입어(?) 개인보다는 동질성을 찾을 수 있는 집단 안으로 희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뭐, 우리나라라고 그런 게 없겠냐마는... 그래도 우리나라는 일본보단 낫지. 시민혁명의 역사도, 수평적 정권교체의 역사도 갖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매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 중 1천 명 중에 한 명은, 17세에서 24세가 되는 해에 '.. 더보기
좀 흔한 디스토피아 SF, 로보포칼립스 로보포칼립스에 관한 내용을 검색해 보면, 1978년생으로 젊디 젊은 작가인 대니얼 윌슨에 관한 이야기보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 작업 중'이란 내용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그 쪽이 '장사'에는 더 큰 영향을 끼칠 테니. 그러니까,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사고할 수 있게 된 컴퓨터가 다양한 로봇들을 동원해서 인류 말살에 나선다. 이내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반격에 나선다는 이야기. 뭐 흔하디 흔한 이야기. 저 '반란군'의 일원으로 로봇도 합류한다는 것 정도가 조금 특이한 정도고 나머지야 뭐... 많고 많은 소설과 영화 등에서 익숙한 그런 모습이다. 처음에 조금 흥미롭더니 중간에는 좀 지루해졌고 마지막에 또 반짝 흥미로웠던 소설보다는, 도대체 스필버그 감독이 어떤 비주얼을 구현할.. 더보기
이 미스터리가 웃긴다! 명탐정의 규칙 '탐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나, 게임 등등을 보면 탐정의 추리에 가장 크게 방해가 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바로 헛다리만 짚는 경찰. 때로는 엉뚱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지목해서 체포까지 하고는 엉터리 수사 결과를 자랑스레 발표하기도 하는 등 정말 답답한 짓거리를 몸소 행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정답은, 역시나 탐정이 아주 사소해 보이는 증거물에서 실마리를 얻어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과 닮아있다. 이런 작품들에서 경찰이 그렇게 멍청하게 나오는 이유는 바로 '탐정의 추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인 것! 다양한 작품들에서 고전 탐정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은, 아예 작품 속에서 탐정의 뛰어난 추리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더보기
진보와 보수의 구획짓기: 진격의 거인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그리고 보수주의와 진보주의. 지극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이와 같은 구분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단지 특정 정치세력(더 명확히 말하자면,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로 그 사람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판가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 사람이 지금껏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으며 어떤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에 따라 궁극적으로 '지금과는 다른 그 어떤 상황'을 이룩하기를 원하는지, 혹은 '지금 그대로의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기를 원하는지를 알아볼 때에야 비로소 그 사람이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은 넓어진 프레임 안에서라야 어느 한 쪽 진영(?)이 절대선이고, 절대악이 되는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이.. 더보기
징치 풍자 소설의 주말 예능 버전? '아크엔젤'(by 로버트 해리스) 로버트 해리스의 아크엔젤을 보니, 자연스럽게 10년 전쯤엔가 읽었던 알란 폴섬의 '모레'가 떠오른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던;; 바로 그 소설. 거기에선 순도 100%짜리 아리안족 청년의 몸에다가 '붙일' 냉동시킨 히틀러의 머리가 등장했는데, 이번엔 45년 동안 북러시아의 동토 속에 꽁꽁 숨어있던 스탈린의 아들이 등장한다. '현대 세계사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은 히틀러가 아니라 스탈린입니다.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맞긴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탈린이 히틀러보다 더 미쳤기 때문에? 맞긴 하지만 그것 때문만이 아닙니다. 히틀러가 그저 1회용에 불과했다면, 스탈린은 현재도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양차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했고 모두 패전했던 독일이란 나라가.. 더보기
가산 이효석 선생 탄생 105주년 오늘(2월23일) 구글의 메인 페이지. 뭔가 특별한 날이면 구글이 메인 페이지의 디자인을 요런 식으로, 귀엽게(?) 꾸미는 거야 뭐 이젠 유명한데... 커서를 살짝 갖다 대니 오늘은 '메밀꽃 필 무렵'의 저자 이효석 선생의 탄생 105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한국 근대 문학 작품 중 하나인 바로 그 작품. 내가 메밀꽃 필 무렵을 좋아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당대의 생활상을 덤덤하게 그려낸 것. 전국의 장터를 떠도는 장돌뱅이 인생이야 그 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것은 없겠지만 그 담백한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한국 문학 작품으로는 보기 드물게 시각적 심상에 천착했다는 것. 주인공(?)인 허생원과 동이가 나귀를 앞세우고는 메밀밭 두렁을 걸어가는 장면은... 정말 바로 눈앞에 그 장.. 더보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by 존 르 카레) 존 르 카레가 이 작품을 쓴 게 196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 전;;; 그런 만큼 첩보소설, 스파이소설의 전범(Canon)이라고 할 수 있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는 무척이나 고풍스럽고, 때로는 순진하기까지 하다. 하드보일드가 대세인 요즘의 대중문학 상황을 보니 그런 느낌은 특히 더하다. 스파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법정 스릴러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책도 얇고 전체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대신 여러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막판의 청문회(라고 쓰고 사실상의 법정 공방전이라고 읽는다)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고, 스릴이 넘친다. 같은 작가의 작품인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함께, 친구에게 빌렸는데 아무래도 얇은 책을 먼저 .. 더보기
아주 재미있는 작품! 프레더릭 포사이스 '코브라' 원래부터 첩보물, 스파이 이야기 등등을 좋아하셨던 칠순이 넘은 아버지께 이 소설을 권해드렸다. 책을 보시는 도중에 말씀하시길 '이 작가가 참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그래서 나는 말했다. '지금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작가들 중에 글재주로만 따지면... 아마도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걸요?' 국내에 출간된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모든 소설을 다 본 건 아니지만(코마로프 파일이나 신의 주먹 등은 못봤다. 근데 이런 것들은 이제 절판이 돼서 구하기도 힘들고...;;;), 그의 최근작 코브라가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의견에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스케일도 정말 굉장하다! 바로 전작인 아프간, 그리고 그 바로 전작인 어벤저. 어벤저에 나왔던 인물들이 그대로 나온다. 고집불통에 외골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