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읽다 지금 진중권을 보면, 뭔가 좌충우돌하는 약간 찌질한-_-인간 정도로 보일 수 있겠는데 그가 저술한 서양미술사 두 권(고전예술 편, 모더니즘 편)을 읽고 나면 이 양반이 하는 짓이 좀 비호감이어서 그렇지 머리에 든 건 참 버라이어티한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실 우리 모두는 학창시절에 미술사, 특히 서양미술사에 대해선 거의 예외 없이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결과물을 달달 외운 적이 있다. 물론 수천 년을 아우르는 서양 미술의 역사에 관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머릿속에 채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 터. 하긴 딱히 미술이나 미학 등을 전공할 일이 없는 이라면, 칸딘스키는 색채에 관해 왜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과 논쟁을 벌였는지, 그리고 1차 세계대전의 대량학살이라는 두려움이 당대의 미.. 더보기
거장의 터치, 프레더릭 포사이스 '아프간' 지난 2001년,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11 테러 전까지만 해도 작품 활동이 다소 뜸했던 그, 프레더릭 포사이스. 이 첩보 스릴러의 거장은 9.11 테러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노구를 이끌고 왕성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사건 직후 출간된 비교적 최근작은 '어벤저', '아프간', '코브라' 등이 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그 중에 어벤저와 코브라를 먼저 읽고 아프간은 나중에 읽게 됐다. 어벤저와 코브라의 경우, 작품 내에서 9.11 테러와 오사마 빈 라덴이 짤막하게 언급되긴 하지만 작중 내용과 크게 관련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작품, 아프간은 빈 라덴이 꽤 비중 있는 역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작중 내용 또한 주인공이 탈레반의 요직으로 잠입하는 것. 어쨌든 이 .. 더보기
올림픽의 몸값 by 오쿠다 히데오 요즘엔 책 읽는 것 말고는, 다른 일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일이 별로 없기에 계속 책 리뷰 포스팅이 올라온다.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싸게 먹히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재치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이 몸값'. 원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규모의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1964년의 도쿄올림픽은 정치적인 함의가 흘러넘친 수준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전쟁에서 패해 쫄딱 망한 나라가 보란듯이 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정치적 제스처였던 것(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전쟁에서 패망한 건 아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도쿄대에 재학 중인 한 젊은이.. 더보기
한 스파이의 자아 찾기, '레전드'(by 로버트 리텔) 자신의 진짜 정체를 잃어버린 스파이의 이야기라면, 영화로서도 큰 인기를 모았던 제이슨 본 시리즈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리텔 작 '레전드'는 그와 많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한 다르다. CIA 현장 요원 출신이며, 현재는 단골 식당 손님의 노름 빚을 청산하는 일 아니면 불륜 현장을 필름에 담는 일 정도 하는 사립탐정이 있다. 그는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늙어 죽을 때까지 하품이나 늘어지게 하면서 지루하게 사는 게 꿈'인 사람. 그런 그의 앞에 묘령의 여인이 나타나서 사라진 형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아니, 이건 너무 전형적이잖아. 확실히, 그의 수사를 방해하는 인물들이 나타나고(심지어 CIA 시절 그의 상관까지) 목숨이 위협을 받는 상황까지 이르고 하는 것은 고전 탐정소설을 연상케.. 더보기
제프리 디버 작 '남겨진 자들' 남겨진 자들(The Bodies Left Behind). 이 스릴러 소설을 다 보고 나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려고 했을 때 든 생각은, 깔끔한 반전이 돋보인 이 소설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작가인 제프리 디버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포스팅 제목에도 작가 이름이 들어가고. 평소에 스릴러를 즐겨 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제프리 디버라는 이름은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그런데 검색을 조금 해봤더니 희한하게도 '007'이란 단어가 연관검색어 비스무리하게 많이 떠도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제프리 디버가 영화 007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쓰는 건 아니지만 현재 '007'과 '제임스 본드'에 관한 그 모든 작품의 제작에 관여하는 이안 플레밍 재단이 그를 콕 찍어서 '007 소설'을 쓰.. 더보기
미래 묵시록 SF '메트로 2033' 서기 2033년, 대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나면서 지상은 방사능에 물들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인류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의 모스크바 메트로는 위치가 깊기로 유명해서 참 희한하게도 이런 상황에선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생존에 더 좋은 조건이 된 셈.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 작 '메트로 2033'은, 이런 근미래 묵시록을 테마로 한 작품이다. 일단 설정 자체는 아주 매력적. 그리고 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를 받는 SF 작품이 대부분 그렇듯이 현실에선 전혀 만나기도 힘든 시/공간적 배경을 두고 있으면서도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전을 내비친다. 모스크바 메트로 그 자체가 인류의 주거지가 되면서, 각 지하철역은 '국가'가 되었다(다른 역으로 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한다). 그.. 더보기
진보세력은 어떻게 집권해야 하는가 나는 꼼수다, '나꼼수' 열풍이 한참 불고 있는 와중에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를 먼저 본 후에야 '진보집권플랜'을 읽었다. 어쩌다 보니 평전을 먼저 읽고 원전을 나중에 읽은 경우. 어쨌든 2MB 정권이 들어오고 나서부터 저지른 온갖 삽질로 인해, 전국민이 정치에 대한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가카 요정설(?)은 설득력이 있다. ㅋㅋㅋ 그런 가운데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소위 말하는 진보세력이 의미가 있는 답을 내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정확히 말하자면 진보세력에 한 표를 던질까 말까 주저하는 이들에게 어떤 답을 낼 것인가. 확실히 지난 세월 동안 진보세력의 모습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경직된 모습이긴 했다. 그리고 여기에 진보세력이 컨트롤할 수 있는 아젠다를 선점하고, 셋팅.. 더보기
러브크래프트 전집 1권 납량물이 잘 어울리는 뜨거운 계절이다. 그리고 흔히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중 책을 가장 많이 사서 가장 많이 보는 계절은 희한하게도 여름이라는 통계가 있다. 바로 이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 있다면 러브크래프트 전집이 아닐까.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Howard Phillips Lovecraft, 1890~1937). 후대의 많은 대중문화 창작자들 중 특히 B급 쪽에 속하는 공포물을 즐겨 다루는 많은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의 소설가. 어렸을 적엔 다소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감금되기도 했고 이후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지냈는데 그마저 사망하자 극도의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괴이한 은둔자'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후대에 높은.. 더보기
강철이빨, 미국판 유시민(?) 리차드 도킨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미중년(이 정도면, 미중년계의 섹시 다이나마이트 제레미 아이언스나 축구판의 꽃중년 조세 무리뉴 감독 수준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지 않나? 그러고 보니 오웬 윌슨이 대략 15년 정도 나이를 더 먹으면 보게 될 얼굴 같기도 하고)이 바로 문제적 베스트셀러, 의 저자인 리차드 도킨스이다. 이 두꺼운 책을 사놓은 건 지난 겨울의 일인데, 한동안 바쁜 일도 생기고 이런저런 일로 많이 게을러져서 열어보질 않고 있다가 대략 보름 전부터 보고 있다. 책이 워낙 두꺼워서;; 아직 나간 분량은 전체의 1/3 정도인데, 그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몇 가지 발견하여 소개. 지구와 화성의 사이에서, 타원형의 궤도를 그리며 태양을 공전하는 '중국 찻주전자'가 있다;; 그런데 이 찻주전자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 더보기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를 보다 최근 들어서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기를 좀 게을리한 것 같아서 몇 권 알라딘에서 구입을 했는데, 참 오랜만에 평론집과 논픽션, 르포 등등 술술 읽히는 소설이 아닌 비소설을 구입해서 보다 보니 아무래도 진도가 좀 늦은 편이다. 소설 같은 경우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하다못해 누구한테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이렇게 '각 잡고 읽어야 하는' 책은 좀 다르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최근에 산 책들 중 '나쁜 사마리아인들', '만들어진 신' 이 두 권은 너무 두꺼워서;; 좀 나중으로 미루고 그나마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얇은 책을 먼저 집어들게 되었는데, 이게 책 두께는 가볍지만 영 가벼운 책이 아니더군. 왼쪽부터 발터 벤야민의 저작과 빌렘 플루서의 저작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