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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고스트버스터즈에 관한 생각 공식적으로 2편까지 나온, 할리우드 코믹 SF '고스트버스터즈'는 좀 희한한(?) 영화다. 1984년작인 이 영화는, 물론 아주 재미있었고 코미디 쪽에선 나름 연기파(?) 배우들인 빌 머레이, 댄 에이크로이드 같은 배우들이 나왔으며 나름 흥행에도 어느 정도는 성공을 했다(2편까지 만들어졌으니). 그런데 그 흥행 성적과는 무관하게, 아직까지도 은근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랜차이즈이기도 하다. 도중엔 게임으로도 두 번 정도 나왔고, 또 올 봄 정도부턴 3편의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란 이야기도 있다(3편에 관해선 아직 이야기가 분분하다. 왕년의 멤버들이 모두 그대로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출연진이 완전히 교체된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세계관은 동일하되 이야기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부트.. 더보기
<킥애스>: 꼭 봐, 엉덩이 제대로 걷어차이고 싶지 않으면 지금의 시대는, 어떤 멋진 광경이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체화되며 친구들 사이의 관계는 다분히 폐쇄적이면서도 분절적인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그물망처럼 이어지는 시대. 과거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이 가진 (일종의)초능력 외에도 각각 당대를 대변하는 최고의 권력 시스템 언저리를 얼쩡거렸음을 알 수 있다. 클라크 켄트는 신문기자였으며(언론) 브루스 웨인의 부친은 제조업(전형적인 2차산업)으로 큰 부를 축적하여 아들에게 유산으로 남겼다. 단 피터 파커 정도는 예외가 되겠다. 하여튼 슈퍼 히어로들 사이의 그런 공통점을 보자면 의 주인공 데이브도 나름 뭔가 내세울 만한 대단한 '꺼리'가 있어야 되는데, 학교에선 존재감 제로에다 여교사를 상상하며 자위나 일삼는 이 찌질한 고딩에겐 그.. 더보기
2010년의 이야기 <인 디 에어> 2010년 성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2010년 성인들의 사랑하는 이야기. 그래서, 2010년이라는 세상의 이야기. 는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코미디다. 그리고 당연히, 아주 재미있다. 이런저런 기대작들에 치어서 극장 개봉이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은데, 내려가기 전에 빨리 보시라. 그리고, 반드시 '끝까지' 보시라. 더보기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지만, 이 방대한 저작물을 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긴 했다. 그 책에서도 군데군데 블랙 유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책, 에선 아예 작심하고 독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현란한 속사포를 쏘아댄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20여 년 전, 저자는 대학 동창과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친구는 유럽의 미녀와 하룻밤을 지낼 요량으로 여자들에게 이렇게 뻐꾸기를 날린다는 것이다: "실례합니다만, 제가 뭔가를 15cm 옮길 건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뭔데요?" "정액 42g이요" 그리고 호텔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보는 책은, 14세기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에 관한 논문으로, 그 제목에서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흑사병'이란 책이다;; 역자 후기를 보.. 더보기
러브 익스포져: 이토록 극적인 경험 농담이 아닌 사랑 이야기 소노 시온 감독이 연출한 러닝타임 237분짜리(!) 영화 를 보는 것은 여러 모로 매우 극적인 경험이다. 어떤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어야 좋은 영화'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는 당연히 좋은 영화다. 4시간 동안의 이야기는 결국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단 한 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야 쌔고 쌨지만, 이 영화는 조금 특별하다. 마치 프리츠 랑 감독의 처럼 전반부와 후반부가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 의 전반부는 포복절도할 코미디와 목불인견의 하드고어(...) 씬이 뒤섞여 있는데, 그 두 요소가 이질적이긴 하지만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일본 영화를 처음 보.. 더보기
몹시 웃기는 영화 번 애프터 리딩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하는 일은 전부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만 등장하고, 그런 찌질한 일들조차 어쩜 그렇게 하나 같이 꼬이고 또 꼬인단 말이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무진장 웃기는 코엔 형제의 신작 번 애프터 리딩을 본 이후 든 생각이다. 역시 이 재간꾼 형제는 이런 코믹 소품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이야기를 한 마디로 줄여서 말하는 건 솔직히 좀 난감하다(심지어 극중 등장인물조차 저간의 사정을 요약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그럼에도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그냥 찌질한 인간 군상이 겪는 유쾌한 이야기라고 해두자.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조지 클루니는 예전부터 코엔 형제의 작품에 여러 번 출연한 적이 있고, 존 말코비치와 틸다 스윈튼 같은 베테랑들도 여지없이 망가진다. 뭐, 망가지는 걸로 말하자면.. 더보기
공중그네 by 오쿠다 히데오 하얀 백지 위에, 까만 색의 문자들. 어떻게 그것만으로 사람을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는 한편으로 가슴 설레이게도 만들까. 이렇게 보면 작가는 참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구체적인 광경을 커다란 스크린에 펼치는 영화와는 다른, 활자화된 대상이 행간을 넘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글을 참 잘 쓴다'는 건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보면서 그 먹먹함에 눈시울이 뜨거웠고,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보면서 그 공포감에 심장이 오그라들었으며, 프레더릭 포사이드의 '자칼의 날'을 보면서 그 박진감에 손바닥에서 절로 스며드는 땀을 느꼈던 나는, 이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보면서는,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뿜었다'. 무진장 웃기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