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 흥미롭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를 보고선 '낚였다!'는 생각이 냉큼 들었다. 그러니까... 까마득한 옛날(?)에 태어난 일본의 고지라나 미국(영화)의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같은 괴수들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철학적 고찰 같은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막상 책 속 내용은, 어지간한 랩퍼 못지 않은 현란한 입담(?)을 과시하는 저자가, KTX 뺨치는 속도로 지금까지 그가 접했던 대부분의 대상을 비아냥거리기에 바쁘다. 그리고 그 비아냥의 대상이, 저자가 정치적으로 지지하는(듯한) 포지션과 대척점의 위치에 있을 때 특히 불편할 것이다(내가 그랬으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진중권이 지금보다 30% 정도 더 깐족대고, 변희재가 지금보다 60% 정도 더 느끼하게 나올 때 둘이.. 더보기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by 이사카 코타로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 문화 창작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가 바로 그걸 아주 제대로 발휘할 줄 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가 무슨 뜻인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 이 희한한 제목의 소설은, 마지막 장(章)으로 들어갈 때쯤 무릎을 치게 만들고 참으로 화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꼭 전형적인 일본 소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주인공인 새내기 대학생이 하필이면 그 자리에서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며 불렀어야 했던 이유가 있고, 하필이면 버스 안에서 그녀를 만났어야 했던 이유도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하필이면 집오리와 들오리로 비유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그리고 이 모든 .. 더보기
모던타임스, 이토록 슬픈 부품(들) (리뷰에 앞서, 채플린의 영화는 국내 개봉 시의 한글 제목인 '모던타임즈'로, 본 리뷰의 대상인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은 국내 출시 제목인 로 표기할 것을 알린다)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대한 태엽 장치에 빨려들어가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개인은 깡그리 무시하는 이 거대한 시스템을 이만큼 명료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사카 코타로의 '21세기 코믹잔혹극'이란 부제가 붙은 또한, 무려 60여 년 전에 한 천재가 보여준 비전을 그대로 유지한다. 황당무계한 블랙코미디를 넘어서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그 누군가이며, 그.. 더보기
지름품 도착 하늘도 쳐다보지 못하고 살 정도로 짬을 내기 힘들 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지름신(이라고 해봐야 참 소박;;하지만)의 강림 질렀다. 그리고, 도착했다. 기특한 알라딘. 기대하고 있는 순서대로(?) 쌓아놓은 책들. 특히 러브크래프트 전집, 옛날에 일본어 중역본을 읽었을 때의 악몽을 떨쳐버릴 수 있겠지 더보기
악인: 죄와 벌에 대한 21세기 일본의 대답 최근 몇 년 동안, 살짝 가벼운 코미디 소품이나 추리물 위주의 일본 소설들이 국내에 꽤 많이 알려졌다. 과문한 글쓴이는 그들 중 몇 작품을 구해 읽었는데 그 선택에 있어서 다분히 트렌디한 감성의 소유 여부 쪽으로 흐른 게 사실이다. 여러 모로 국내에서 No.1 블로거라고 할 만한 레진사마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추천한 책이 아니었다면(ㅎㅎ),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 또한 그냥 묻혀버리고 말았을지도. 그렇다고 이 작품이 뭐 엄청나게 대단한 문학적 완성도를 지녔다는 건 아니다. 그저 많고 많은 일본 소설들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었다는 것 정도? 상당히 자극적(?)인 포스팅의 제목은 사실 악인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그 내용 측면에서 닮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 더보기
라스 만차스 통신: 이게 진짜 판타지 우선, 인상적인 일러스트로 책 전체를 사방으로 둘러싸고 꽁꽁 싸맨(?) 이 독특한 표지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책을 다 읽고 난 뒤 머릿속에 떠오른 키워드 몇 가지를 주루룩 늘어놓으려 한다. (책 표지의 서평에도 나왔지만)카프카, 에도가와 란포(혹은 '진짜' 에드가 앨런 포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H.P.러브크래프트(아주 살짝), 어슐러 르 귄(역시 아주 살짝), 그리고 고독, 지독한 암울함, 용인할 수 없는 범죄, 타락, 사악함, 기타 등등. 그렇게, 분명히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론 굉장히 독특하고 때로 공포스럽기도 하며 어쨌든 파격적인 작품이다. 작가인 히라야마 미즈호는 멀쩡한 직장에 다니면서 10년 넘게 소설을 계속 썼다고 하고, 이 '라스 만.. 더보기
동서미스테리북스 몇 권 이하의 포스팅 역시 이전 블로그에서 살포시 가져온 내용. --------------------------------------------------------------------------------- 지난 여름에 필리핀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거길 가기 전에 책 몇 권을 구입했다. 가뜩이나 더운 나라에 그것도 휴양을 하러 가는데 머리 복잡한 책 본다고 해봐야 몇 페이지 못 넘길 것 같아서 '가볍고' '저렴한' 책을 몇 권 사서 갔는데 제대로 보진 못했다. 어쨌든, 그 책들 중 몇 권은 바로 '동서미스테리북스' 시리즈였다. 지금의 동서미스테리북스 시리즈는, 주로 추리나 스릴러, 하드 보일드 등 가벼운 페이퍼백들인데 하여튼 옛날 고리짝에 대부분 중역을 거쳐 나왔던 책들이 재판을 거쳐서 나온 버전(?)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