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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by 이사카 코타로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 문화 창작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덕목인데 우리나라에서도 팬이 많은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가 바로 그걸 아주 제대로 발휘할 줄 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가 무슨 뜻인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 이 희한한 제목의 소설은, 마지막 장(章)으로 들어갈 때쯤 무릎을 치게 만들고 참으로 화사(?)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꼭 전형적인 일본 소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

주인공인 새내기 대학생이 하필이면 그 자리에서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를 흥얼거리며 불렀어야 했던 이유가 있고, 하필이면 버스 안에서 그녀를 만났어야 했던 이유도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하필이면 집오리와 들오리로 비유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고,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가 지하철역의 코인로커 속으로 갈무리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유달리 특이한 이야기도 아니고 등장인물도 그저 우리 곁에서 숨 쉬면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무지하게 흥미롭다는 느낌을 주는 건, 바로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야기의 얼개에 빈틈이 없이 꽉 짜여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절정 부분에 가서는 아주 깜찍한(?) 반전까지.

아주 소소한 이야기를 깔끔하게 잘 빚어내는 일본 작가들이 몇 있는데, 혹시 아직까지도 이사카 코타로라는 이름을 그 반열에 올리는 걸 깜빡 잊어먹은 이가 있다면(물론 그럴만한 이는 많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서둘러 구해서 읽어보시라. 그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P.S: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들 중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와 <모던타임스>를 봤는데(물론 둘 다 아주 멋진 작품이었다), 조금 찾아보니 그의 작품 중엔 <사신 치바> 정도가 대표작으로 꼽히는 모양이다. 요것도 봐야 되겠다. 그리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영화화되었다는 건 이번에 검색을 통해 알게 됐다;;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영화화를 하기엔 치명적인 맹점이 있는데 그 맹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해서라도 영화도 봐야 되겠다.




그리고 밥 딜런의 'Blowin in the Wind'는 서비스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