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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심심하기도, 심심하지 않기도 한 신화: <타이탄>



 

(본 포스팅은 알라딘 무비 매니아 블로거 TTB 리뷰로 작성된 포스팅입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그리스신화를 다시 생각해본다. 다분히 아동용으로 윤색되었던 버전이긴 하지만 어린 마음에도 꽤 잔인하지 않은가 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 뭔가 에로틱한 장면도 종종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다시 들여다 본 그리스신화는 아니나 다를까, 무지하게 폭력적이고 끈끈했다. 저자의 민초들 이야기도 아니고 무려 신(神)들의 이야기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신들 대부분은 시기와 질투가 극심해서 때로는 세상을 뒤집어 엎기도 하고 신들의 제왕은 자주 모습을 바꿔 인간계로 내려와 인간의 여자를 탐닉한다. 이것이 그리스신화를 정리한 당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곤 하지만 좀 젊잖은 신의 모양새를 생각한다면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 경계인의 불안한 위치에 선 반신반인(反神反人), 데미갓(DemiGod)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문제는 <타이탄>이란 영화에선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것.

아르고스란 동네가 있었는데 이들이 신을 부정하면서 신의 노여움을 사 신이 직접 소환한 크라켄으로 위기에 처하자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잘라 아르고스를 구하고 공주를 아내로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다시 주워섬길 필요는 별로 없고 그저 편하게 앉아 눈을 휘둥그렇게 만드는 비주얼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특히 특수효과 팀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을 법한 크라켄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원래 크라켄 하면 그냥 커다란 오징어 정도의 이미지였는데 거의 인간에 가까운 모양새. 영화에 등장한 거대 몬스터의 순위를 매겨 주루룩 세우면 끄트머리 한 자락 정도는 차지할 듯. 생각보다 크라켄이 별다른 활약(?)을 하진 않았던 것에 실망한 관객들도 있는 모양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

비주얼 구성은 좋은 편이다. 거대한 전갈 형상의 괴물도 멋지고 페르세우스가 타고 다니는 천마 페가수스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그리고 메두사. 영화 속 메두사는 100% CG가 아니고 나탈리아 보디아노바라는 이름의 러시아 출신 패션모델이 캐스팅되어 연기(?)를 했다.



이건 뭐 얼굴 자체가 CG. 진짜 사람 맞는지





이렇게 훈훈한 몸매. 신의 노여움을 살 만하다


한 때 보수를 한다며 닫았다가 다시 연 인천 CGV 아이맥스관에서 관람을 했는데 일단 아이맥스라고 하긴 하지만 진짜 아이맥스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넓디 넓은 화면에서 보니까 시원시원한 감은 있다. 상대적으로 작은 스크린에서 보면 매력은 덜할 것.

킬링타임용으로는 아주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