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조차 불가능한 미스터리,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엑스파일의 두 번째 극장판, '나는 믿고 싶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저 뻔한 카피를 도대체 왜, 누가 썼는지,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엑스파일의 진짜 매력은, 항상 엔딩에 있었다. 그 미적지근하고 꿉꿉한 엔딩.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진실은 있다는 것이며, 나쁜 소식은,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는 것. 그 정도'만'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솔직히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없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는 과거 수많은 빠돌/빠순이들을 양산했던 바로 그 '엑파'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엑파 치고는 너무 현실적(?)이며 긴장이 없다. 무엇보다 둘의 사이가 너무 가깝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그냥 재미 없는 영화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아우라가 존재한다.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로 치고 받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이 커플에게 이젠 행복한 결말을 안겨주자, 는 게 바로 첫 번째 극장판과 TV 시리즈 몇 편을 연출했던 롭 바우만이 아니라 제작자인 크리스 카터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이유가 아닐까 한다.
짜릿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쌔끈한 미드들이 판치는 요즘, 이 늙다리들(미안해요 멀더, 미안해요 스컬리. 하지만 사실이잖아요)이 아주 잠깐 동안의 고난을 극복하고 서로 따뜻하게 포옹을 하는 장면만 봐도 과거 이규화/서혜정씨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 연기로 더빙된 TV 드라마에 흠뻑 빠졌던 열혈 추종자들은, 가슴이 짠하다.
그렇다. '팬심'이 바라보건대, 이제, '엑파'는 더 이상 엑파가 아니어도 좋은 것이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두 명의 전직 FBI 요원들이 펼치는 활약에서 내가 느낀 것은 바로 그거다.
지금까지 수고했어요, 멀더, 그리고 스컬리. 아, 물론 스키너 부국장(분명 지금쯤은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겠지만, 아직 나한텐 그 직함이 더 익숙하네요)도.
크리스 카터도 물론. 당신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