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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B컷 by 최혁곤: 아쉬운 여성 킬러 '여성 킬러'가 나오는 작품이라면 영화건 소설이건 꼭 챙겨 보려고 하는 편이다. 여기 에서도 여성 킬러가 나온다길래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무조건 그 이유 하나 때문에 골랐다. 그런데 솔직히 아쉽긴 하다. '니키타'처럼 완벽하면서도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트라우마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예상했건만 여기선 그냥 수박 겉핥기에 머문 느낌. 딱히 그 킬러가 여성이어야만 하는 당위성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게다가 킬러로서의 업무 수행 능력도 그리 뛰어나지 않다. 대신 특정한 사건 하나를 두고 킬러와 전직 형사(이며 현재는 흥신소에서 간신히 밥 먹고 사는 탐정)의 시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교차하는 특이한 구성을 취한 이 소설에서 둘 사이의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킬러를 여성으로 설정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 더보기
고스트 라이터: 이렇게 거대한 음모 판을 너무 크게 벌렸다. 이 정도까지 갈 줄은 몰랐다. 로버트 해리스의 고스트 라이터(원제 The Ghost)는 분명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소설인데, 마지막 장까지 다 넘긴 다음엔 맹랑한 만화를 한 편 본 기분이다. 이렇게 장대한(?)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해야 할지, 아니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해야 할지. 하긴 정치인이란 작자들은 가끔 만화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짓거리를 벌이긴 한다. 바로 그래서 고스트 라이터 같은 작품도 나오는 것일 게다. 소설 속의 전직 영국 수상 애덤 랭은 명백히 토니 블레어를 연상시킨다. 집권 기간 내내, 특히 이라크전 국면에 와서 '(아들)부시의 푸들' 소리를 들을 정도로 미국의 의견을 추종했던(그러면서 자국의 국익을 위해 가져간 건 하나도 없는) 건 도대체 그의 성분(?.. 더보기
조지 펠레카노스(George Pelecanos)의 하드보일드 'D.C' 원더랜드 미국의 워싱턴 D.C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위 사진의 미 국회의사당.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행정 수도이기도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경제의 중심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이 거대 도시의 뒷골목, 특히 유색인종들의 밀집지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기껏해야 나이 스물을 넘기지 못한 어린애들이 마약에 쩔어 사는가 하면 총탄에 목숨을 잃기도 하며 역시 비슷한 나이의 몸을 파는 여자애들이 들끓는다. 물론, 승용차로 불과 몇 분이면 닿는 안락한 백인 거주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자동차 범퍼에 '티벳에 자유를'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그러면서 백인들은 자신들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