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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펠레카노스(George Pelecanos)의 하드보일드 'D.C' 원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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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워싱턴 D.C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바로 위 사진의 미 국회의사당. 초강대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행정 수도이기도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뭔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치/경제의 중심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이 거대 도시의 뒷골목, 특히 유색인종들의 밀집지역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범죄가 일어나고 기껏해야 나이 스물을 넘기지 못한 어린애들이 마약에 쩔어 사는가 하면 총탄에 목숨을 잃기도 하며 역시 비슷한 나이의 몸을 파는 여자애들이 들끓는다. 물론, 승용차로 불과 몇 분이면 닿는 안락한 백인 거주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자동차 범퍼에 '티벳에 자유를'이라고 쓴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그러면서 백인들은 자신들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항상 그랬지만, 언제나 엿 같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하드보일드 작가인 조지 펠레카노스(George Pelecanos)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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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에 워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이름과 사진에서 보는 골격과, 그리고 그의 작품 안에서 자주 나오는 식당(;;)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리스계 이민의 자손이다. 생생한 묘사로 유명한 많은 작가들이 그랬듯이 데뷔 전에는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지냈다고.

그의 '생생한 묘사'가 어떤 수준인지 이 자리에서 실례를 들어 이야기하기는 참 난처하다. 최근에 이렇게 선정적이고 육두문자로 그득한 번역서를 언제 봤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

그러나 그의 필체는 단순히 욕지거리를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의 작품들 중 국내에 번역되어 출간된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Right as Rain)''지옥에서 온 심판자(Hell to Pay)'를 보면, 기본적으로 그는 이렇게 불합리함과 아이러니함과.. 하여튼 '엿 같은'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다.

모르긴 몰라도 조지 펠레카노스가 애초부터 자신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전직 경찰인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를 내세우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그가 보기에도 그렇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사는 나조차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그렇게 생생한 현실을 묘사하기 위해선 당연히 밝은 낮의 세계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냄새 나는 쓰레기와 쥐새끼들과 버려진 마약 주사기들과 흉흉한 공기와.. 이 모든 척박한 환경에 잘 어울리는, 밤의 세계, 뒷골목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이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기 때문에.

데릭 스트레인지는, 올해 나이 50대의 전직 경찰이며 현직 사립탐정이다. 역시 난처한 이유로 짧은 경찰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젊고 매력적인 백인 남성 테리 퀸과 파트너쉽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불세출의 버디 '바이올런스' 무비였던 '리썰 웨폰' 시리즈와 겹치기도.

구구절절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의 작품을 딱 설명하자면, 약간의 일반화를 무시하고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 연출: (전성기 때의)존 싱글턴
- 시나리오: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했을 때의 타란티노(유머/코믹 요소 완전 제외)
- 촬영:(감독 데뷔 전의)안드레이 바르코비악
- OST: 우탕 클랜(얘네 요새 뭐 하고 있는지 모름)
- 출연: 덴젤 워싱턴 & 에드워드 노튼

완전히 꿈만 같은 상황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