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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2012/01/27 11:59

 



영화에서, 우리가 속해있던, 그리고 지금도 속해있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속해있을 시대를 이야기하는 알레고리적 장치로서 갱스터를 소재로 내세운 경우는 꽤 많고 역사도 오래되었다.

윤종빈 감독,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제목은 상당히 중의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맨 첫 장면부터 기록사진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 희대의 범죄자들 -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자국민을 학살했으며 비리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해쳐먹은 - 의 시절, 그리고 때로는 그들과 공생공사(?)했던 조폭들의 시절은 정말로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였던 것!


이런 시대에 발을 담그고 살려면,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 주먹이 빠르거나, 머리 회전이 빠르거나. 그러니까 진짜로 나쁜놈이 되거나 아니면 '더' 나쁜놈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악당들의 전성시대는, 2012년인 오늘까지도 면면히 이어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이전에 우리 관객은 너무 많이 봤고, 별로 다를 것이 없고, 그래서 자칫 식상할 수 있다는 것. 부산 바닥을 쥐락펴락하는 범죄 조직에, 뜬금없는 가족사를 들먹이면서 스스로 투신한 공무원 출신 원외 인사(?)가 실제로 어느 선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과정 자체가 다소 코믹해서 영화가 마치 코미디처럼 보이는(실제로 이 건달들이 시쳇말로 '가오를 잡는' 장면 몇몇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렸다)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변주 정도로 보인다.

정말로 조폭이 없었으면, 그 많은 영화감독을은 도대체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을까? 탄탄한 드라마투르기와, 엄청난 '때깔'과, 시대정신까지 갖춘 갱스터 영화가 많은 영화감독들의 로망이라면, 유독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영화감독들은 또 다른 로망을 하나 더 갖고 있는 듯하다. 바로 사투리.

실제로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보는 관객 또한 그 어색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사투리를 굳이 써야 하는지? 그리 넓지도 않은 한반도 안에서도 리얼리티를 손쉽게 살릴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배우들로 하여금 사투리를 쓰게 하는 것일 텐데, 그것은 캐릭터 몇 명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아, 이 영화에선 정말로 경남 태생이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구성진 사투리를 쓰는 배우가 있긴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이룩한 미덕은 배우들의 호연을 보는 것. 최민식과 하정우야 캐릭터 소화에 정평이 난 배우들이니 더하거나 뺄 것은 없다. 그리고 최근의 한국영화 트렌드 중에 하나가,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TV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을 염두에 둔 탓인지 탄탄한 조연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도 많은 캐릭터들의 멋진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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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른손


Books2012/01/14 09:45


요즘엔 책 읽는 것 말고는, 다른 일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일이 별로 없기에 계속 책 리뷰 포스팅이 올라온다.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싸게 먹히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재치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이 몸값'. 원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규모의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1964년의 도쿄올림픽은 정치적인 함의가 흘러넘친 수준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전쟁에서 패해 쫄딱 망한 나라가 보란듯이 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정치적 제스처였던 것(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전쟁에서 패망한 건 아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도쿄대에 재학 중인 한 젊은이가 세상의 이런저런 부조리에 환멸을 느껴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잡아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장을 경찰에 전달한다. 그를 검거하기 위해 대거 동원된 경찰 인력. 이 과정에서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행정 조직의 구분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형사부와 공안부.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할리우드산 범죄영화에 종종 나오는 일선 경찰과 FBI의 차이, 우리나라 범죄영화에도 몇 번 나왔던 일선 경찰과 광역수사대의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공중그네'나 '인 더 풀', 아니면 '남쪽으로 튀어!' 같은, 약간은 소소한(?) 이야기에 재능을 보였던 오쿠다 히데오로선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질 만큼 스케일 큰 범죄 서스펜스물이다. 하지만 호흡이 늘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으며,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봤던 장면이 자주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캐릭터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아주 재미있다.

덧붙이면, 최근 들어 오쿠다 히데오의 일부 발언(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군 게 '뻔뻔한' 행위였다느니, 독도는 한국보다 일본에 가까이 있으니 분명 일본땅이라느니 하는)을 두고 무개념 수구 꼴통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대신 '올림픽의 몸값'이란 작품을 읽으면, '남쪽으로 튀어'와는 달리 그의 꼰대;;; 기질이 제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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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른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