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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비 카인드 리와인드와 용산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 미셸 공드리의 연출작에 잭 블랙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믿기가 힘들었다(사실 이터널 선샤인 때 짐 캐리의 출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가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이 과연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 것인가 궁금했는데, 사실 잭 블랙의 영화 내에서의 비중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도시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이제 헐리게 될 운명에 처한 비디오 대여점이 있다. 늙수구레한 주인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가게를 살려보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진 않는다. 그런데 정말 우연한 일로 '비 카인드 리와인드'라는 이 가게에 손님이 들끓게 된다. 그 비결은, 유명한 영화들을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직접 촬영을 해서 테이프에 담아 대여하는 것.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데.. 더보기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 장면 장면의 간지가 작살인 범죄 영화를 잘 만드는 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이 올해 개봉한다. 제목은 '퍼블릭 에너미'. 정확하게는 Public Enemies로, IMDb 같은 데서 그냥 'Public Enemy'라고만 치면 엄하게도 네드 켈리와 우리나라 영화 공공의 적(...)이 나오니 에너미는 꼭 복수형으로. 193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악당 존 딜린저 역으로 조니 뎁, 그리고 그를 추적하는 FBI 수사관 역으로 크리스찬 베일(요새 너무 다작이다)이 나온다. 참고로 존 딜린저는 우리가 종종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는 은행 강도(밖에 차를 세워두고 중무장한 채 빠른 시간 내에 은행을 치고 빠지는)의 전형을 세운(?) 인물로, 실제로 FBI 내 사격장에서 그의 얼굴 사진을 타겟으로 썼으며, 초창기 연방수사국의 .. 더보기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마이 네임 이즈 뽄드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그 옛날의 멀끔하면서도 느물거리는 '뽄드'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그렇게 본드가 변절(?)을 한 이유도 안다. 제임스 본드와 이름도 비슷한 제이슨 본. 그 때문이란 걸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몸으로 때우는 이토록 과격한 액션을, 그것도 한참 새파란 후배 스파이가 해치우고 관객들이 환호하는 광경에 이 역전의 용사는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어쨌든 세상은 변했다. 모든 일을 매끄럽고도 완벽하게 척척 해내는 엄친아 계열의 먼치킨 캐릭터는 게임에서도 배척을 받지 않나. 느끼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완성된 것이다. 새로운 007 시리즈를 보고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위선이다. 특히 영화 초반.. 더보기
영웅본색 2 뮤직비디오 특정한 대상을 놓고 '이성'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대략 내가 응원하는 축구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과 비슷할 텐데 영화에서도 그런 경우는 있다. 젊은 날의 내 감정의 진폭을 완전히 들었다 놓은 영화들. 나한테는 존 카펜터의 초기 작품들이 그렇고, '랜드 앤 프리덤'이 그렇고, ZAZ사단의 '에어플레인'과 '특급 비밀'이 그렇고, '죽은 시인의 사회'가 그렇고, '커미트먼트'가 그렇고,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가 그렇다. 그리고 또 있다. 바로 '영웅본색'. 이미 지난 여름에 재개봉을 해서 한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오는 11월 20일에 인사동의 허리우드극장과 서대문의 드림시네마(여름에 1편을 개봉했던 바로 그 극장)에서 2편이 개봉한다. 뮤직비디오를 전한다. 이제는 다.. 더보기
화끈한 영화, 데쓰 레이스 지금의 폴 앤더슨 감독은, 솔직히 전성기 때의 아이반 라이트만이나 러셀 멀케이, 조엘 슈마허보다 나은 것 같다. 너무 B급 취향이긴 하지만 '영화란 엔터테인먼트는 바로 이런 것이다!'라고, 어느 때부터인가의 작품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것만 같다(그런 점에서 둠스데이 연출한 닐 마샬 감독은 할리우드란 동네에서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이렇게, 러닝 타임 내내 아드레날린이 차고 넘치는 영화를, 극장의 큰 화면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야기는 좀 허무하고 누가 봐도 결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이스 장면의 박진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레이스 장면으로 너무 유명한 매드맥스 2편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다. 무진장 화끈한 영화! 아무 생각 없이 영화관에서 시간 때울.. 더보기
눈먼 자들의 도시, 원작 그리고 영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을 본 건, 학교 때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보고 난 이후 처음인 것 같다(솔직히 내 취향은 한림원의 그것과는 한참 멀다). 물론 꼭 노벨 문학상이 아니더라도 포르투갈 출신의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는, 그리고 그의 작품은 워낙 유명세를 떨쳤기에 언젠가는 한번 봐야지 내심 점 찍고 있다가, 이제서야 봤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별 연관은 없어 보이는, 남미 환상문학의 정수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의 과감한 설정을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그러나 그 행간으로부터 독특한 문화적 감수성과 동시에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이렇게 고리타분한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실이 그렇다)을 읽을 수 있는 바로 그런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이 실명을 한다. 심지.. 더보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언제나 그렇다. 꼭 한 발자국이 느리다.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에서, 아무런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는 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없을 듯. 단지 시행착오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도, 그리고 다음엔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될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주인공이 가졌던 것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되면 과연 더 이상 후회를 하지 않게 될까? 글쎄, 현실에서야 당연히 있을 법하지도 않을 일이지만 결국 매우 힘든 결정을 내리기까지 커다란 고민을 하게 될 것만 같다. 마코토는 결국 모종의 선택을 하고, 아쉬움은 남지만 또 다른 기대감과 책임감을 품은 채 지금을,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게 될 거다. 결국 '선택'이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 グ.. 더보기
폴 뉴먼, 83세를 일기로 타계 이른바 명배우라는 호칭을 받는 많은 이들이 그렇지만, 젊었을 때 '꽃미남 계열'에 속했던 이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젊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멋있어지는 걸 많이 본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말론 브랜도가 그랬고, 로버트 레드포드나 워렌 비티(이 쪽은 '살짝 느끼한 계열'에 속하나?) 등이 그렇다. 그리고, 오늘 날짜로 세상을 떠난 폴 뉴먼도 역시 그렇다. 향년 83세. 사인은 지병인 암. 젊었을 때의 그가 나왔던 영화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작품은 아무래도 내일을 향해 쏴라, 그리고 스팅이 아닐까 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에선 그 유명한 '자전거 씬'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명장면이고, 단짝 친구였던 로버트 레드포드와 역시 호흡을 맞췄던 스팅도 떠오르고. 사실 젊었을 땐 약간 건들거리기도 하고, 어딘가 삐딱.. 더보기
상상 초월 쌈마이 무비, 머신 걸(2008) 이하의 내용은 티스토리로 블로그 이사(?)를 오기 전,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했던 내용이다. 앞으로 예전 블로그 포스팅 중 마음에 드는 몇 가지 이야기를 이렇게 종종 풀어내고자 한다. ---------------------------------------------------------------------------------------- 머신 걸, 상상을 초월하는 쌈마이 무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봤다. 봤더니 이건 뭐.. 솔직히 굉장히 웃기는 코미디 영화다. 물론, 누구한테나 그렇진 않을 거다. 지금부터 주루룩 내려갈 포스팅에는 15금 수준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 컨텐츠가 있다. 분명히 경고했음. ------------------------------------------------------.. 더보기
엑스파일 극장판: 팬심은 엑파가 아니어도 좋다 접근조차 불가능한 미스터리,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엑스파일의 두 번째 극장판, '나는 믿고 싶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저 뻔한 카피를 도대체 왜, 누가 썼는지,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엑스파일의 진짜 매력은, 항상 엔딩에 있었다. 그 미적지근하고 꿉꿉한 엔딩.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진실은 있다는 것이며, 나쁜 소식은, 진실은 항상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는 것. 그 정도'만'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솔직히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없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이 영화는 과거 수많은 빠돌/빠순이들을 양산했던 바로 그 '엑파'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엑파 치고는 너무 현실적(?)이며 긴장이 없다. 무엇보다 둘의 사이가 너무 가깝다. 하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