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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셔터 아일랜드>, 숨이 턱턱 막히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이 하나 있다. 여기엔 정신병원이면서 동시에 흉악범들을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가 있는데, 당연히 최고 수준의 삼엄한 경비로 관리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수감 중이던 범죄자가 탈출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본토에서 특파된 연방수사관. 자, 탈주자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인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드러나는 정신병원 원장과 교도소장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데니스 루헤인의 원작 <살인자들의 섬>을 읽을 때, 사실 그 '명성'에 비하면 그저 평이한 수준이 아닌가 했다(훌륭한 작품들이 많기로 유명한 황금가지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가운데서도 이 책은 단연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이 원작을 (거의)그대로 옮긴 영화, <셔터 아일랜드>를 보고 나서 느낀 점은,

원작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다. -_- 솔직히 누구한테나 추천할 마음이 드는 영화는 아님.

물론 스콜세지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거장 반열에 오른 감독이고 이 작품이 영 맹탕인 가벼운 영화는 아니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 너머 전달되는 묵직한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으니. 다만 원작으로 삼은 작품의 드라마투르기 자체가 그리 신선한 것도 아니고 그리 세련된 것도 아닌 거라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

아니, 그저 단순히 취향 탓일 수도 있겠다.

원작에 대해 알고 있는 점과 연출을 맡은 감독의 이름 같은 것들을 모두 무시하고서 본다면 꽤 괜찮은 스릴러라고 할 수 있지만 너무 '안전빵'으로 간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들다.


P.S 1: 개인 취향 이야기를 했는데, 스콜세지 감독의 작품들 중엔 <택시 드라이버>나 <성난 황소>, <애프터 아워즈> 같은 초기(에 속하는) 작품들 쪽이 훨씬 좋다. 대단한 예술적 감성을 소유한 이 거장에겐 살짝 민망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외람되기도 하지만, 어느 땐가부터 '자의식 과잉'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P.S 2: 지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두고 '왕년 꽃돌이 출신'이란 식으로, 다소 비아냥거리는 투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런데, 클로즈업이 많은 이 작품에서 '신이 내린 동안' 같은 그 마스크 때문에 영화에 집중하기가 참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도 본인으로선 대단한 콤플렉스일 듯.

P.S 3: 아주 잠깐 동안, 로버트 드 니로가 카메오 출연한 걸로 착각한 배우의 모습을 봤다. 엔딩 크레딧까지 샅샅이 훑었는데 그 이름은 발견하질 못해서 아이폰(^^)으로 imdb에 들어가 검색을 해봤더니, 꽤 많은 영화에서 단역으로 나왔던 엘리아스 코테스. '바로 그' 장면을 보고 드 니로로 착각한 관객이 더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