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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우리 모두의 이야기, <작은 연못>



전쟁은 인간을 더없이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금 이 땅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일이 철부지 취급을 받는 일이 종종 벌어지는 건, 서글프다.

영화 속에서 대문바위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순진한 사람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총탄에 스러지는 참혹한 광경보다 훨씬 더 슬프다.

당장은 마을을 떠나지만 언젠간 다시 돌아와 예전처럼 농사를 지으며 오손도손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의 모습에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자꾸 겹쳐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울 아버지는 황해도에서 홀어머니와 누이만을 남겨두고 휴전선을 넘었다. 당시 아직은 철 없는 꼬맹이였던 울 어머니는 이모들과 삼촌들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와 함께 피난을 가는 길이 마치 소풍을 가는 것마냥 즐거웠다고 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가 떠올라 자꾸자꾸 눈물이 흘렀다.

영화 속에서 피난민에게 총격을 가한 미군 병사들도 분명히 누군가의 가족이고, 아빠이고, 형제이자 연인이었을 것이다.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벌거숭이가 되어 즐겁게 물장구를 쳤던 그들에게서 인간성을 앗아간 것은 누구인가. 아니, 무엇인가.

노근리의 이야기 <작은 연못>이 노근리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한국전쟁만의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바로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인간을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게 하는 것은, 바로 전쟁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