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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 문제 발생! 범인은 토렌트?




대략 1년 정도 전부터, 잘 쓰던 컴이 아무런 이유 없이 도중에 먹통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당연한 순서처럼 재부팅을 해서, 그럭저럭 멀쩡히 돌아가기만 하면 아쉬운대로 다시 쓰곤 했는데...

지난 토요일엔 급하게 처리할 문서가 있어서 아침부터 컴을 켜서 작업을 하는데 또 도중에 먹통. 이번엔 재부팅을 하니 아예 비프음도 들리질 않는다. 이전에 비슷한 문제가 있을 때 윈도우 CD로 억지로 부팅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그걸 포함해서 별의별 생쑈를 다 했는데도 여전히 컴은 잠잠.

PC의 고장을 목도한다는 건, TV나 냉장고나 전자레인지가 고장나는 광경을 보는 것과는 사뭇 기분이 다르다. 후자의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전문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게 수리 전문가를 부르게 되어 있지만 PC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어렴풋하게나마 여러 가지 대처법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PC의 고장은 주인의 자괴감을 수반한다. TV야 안 보면 그만이고 라디오야 안 들으면 그만이고 냉장고야 조금 기다리면 그만이지만, 특히나 바쁘게 뭔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 PC가 'Out of order' 상태에 놓였을 때의 절박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어쨌든 이번엔 도저히 아마추어의 손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아, 전문가를 불렀다. 뜯어보고 이것저것 테스트를 간단하게 실시했는데 집에선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 그래서 일단 이놈을 들고 가서 다시 테스트를 해봐야겠다고 했다.

1시간 후에 전화가 왔다. "하드가 완전히 뻗었네요" ㅜㅜ

싹 백업을 받아 놓고 포맷을 할 때가 되긴 됐다고 생각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오호통재라.

새 하드를 매장에서 구입해서 윈도우까지 세팅을 해 주는 비용이 상상 이상. 냉큼 용산에 가서 작은 용량의 하드를 하나 사서 달았고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질 중이다.

그리고 하드의 사망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이리저리 통빡을 굴려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토렌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악몽의 녹색 화살표. 잊지 않겠다

사실 한 5~6년 전에도 프루나 때문에 하드를 통째 날려먹은 적이 있긴 하다(그 생각을 진작에 했으면 백업이라도 자주 받아놓는 건데 ㅜㅜ).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도 거의 하질 않고, 컴으로 하는 거라면 오로지 서핑이나 영화 감상, 블로그질 정도. 특별히 컴에 뭔가 문제가 생길 이유라면 현재까진 토렌트가 가장 유력한 범인(?)이 아닐까 한다.

밥먹듯이 하루 대여섯 개 파일을 걸어놓지 않는다면 하드에 문제가 생길 건덕지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쨌든 중요한 건 이전까지 쓰던 하드는 이제 처분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여 있고 바로 그렇게 된 이유로 가장 의심스러운 부분은 바로 토렌트라는 것.

P2P 자주 사용하시는 분들, 백업 자주 받아 놓으세요. ㅜㅜ 지못미 하드.


제하드가(월명사 '제망매가'에 대한 오마주)

0과 1의 길이
은빛 드럼 안에 있음에 두려워
'주인님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는가
어느 초여름의 더위와 습기에
픽픽 뻗어버리는 불량품처럼
같은 태국의 공장에서 난 형제들은 쌩쌩하지만
운명은 이리도 갈리는구나
아으, 하드 복구 업체를 통해서나 만날 나는
도 닦으며 기다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