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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드래그 미 투 헬: 상큼한 코믹 호러 지직거리는 '삐짜' 비디오로 이블데드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사실 굉장히 난감했다. 도대체 언제 웃어야 할지 모르겠고, 언제 무서워해야(?) 할지 몰라서. 장르는 분명 호러가 맞는(것 같긴 한)데 전체적으론 웃긴다. 그것도 그냥 씩 웃고 마는 게 아니라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를 하게 하는 상황. 영화에서 웃긴 장면 나오면 웃으면 되고, 무서운 장면 나오면 무서워하면 되는 건데 그걸 몰랐단 것도 따지고 보면 웃긴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 어떤 영화든 신병 대기마냥 각을 딱 잡고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뜯어보는 게 나름 영화를 공부하려 한다는 이의 마음가짐 비스무리한 것이었고, 실제 주위의 많은 친구들도 그랬다. 영화 관련 서적이라면 '영화의 이해'와 '세계영화사' 딱 두 권만 있던 시절, 정작 영화는 볼.. 더보기
스포일러 피하면서 '마더' 이야기하기, 힘드네 김혜자라는 배우가 '국민 어머니'라는 칭호를 얻게 된 계기는 지난 1980년부터 시작된 TV 드라마 '전원일기' 덕분일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바로 그런, 자상하고 포용력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김혜자씨를 주연으로 하는 영화 '마더'의 원안을 떠올리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고 있다. 사실 김혜자씨가 마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전원일기를 비롯해서 기타 다른 드라마에서의 모습과 그리 다르진 않다. 지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아들을 위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 바로 그것인 게다. 다만 마더에선 아들을 위하는 행위 자체가 보다 '영화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 정신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쓰고 경찰에 잡힌다. 이제 어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한다. 이 정도가 영.. 더보기
박쥐, 굉장한 영화 파우스트에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듬뿍 넣어 각색하거나, 죄와 벌을 더더욱 염세적으로 그리거나, 데미안에 에로스의 코드를 덧대어 컨버전하거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박쥐'는 관객이 보는 것만큼 반응하게 되는 영화다. 이야기는 고전적인데 (당연하게도)비주얼은 매우 강렬하다.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카피는, 바로 박쥐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굉장한 영화다. 박쥐는. 영화를 보기 전에 김옥빈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김옥빈은, 아니 태주는 기대 이상. 욕망이 드글드글 끓는 요부 역할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쥐는 김옥빈의 필모에서 꼭대기에 오를 것이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도대체 맡을 수 없는 역할은 무엇일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