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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영화에서, 우리가 속해있던, 그리고 지금도 속해있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래 속해있을 시대를 이야기하는 알레고리적 장치로서 갱스터를 소재로 내세운 경우는 꽤 많고 역사도 오래되었다.

윤종빈 감독, 최민식 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제목은 상당히 중의적으로 다가온다. 영화의 맨 첫 장면부터 기록사진으로 등장하는, 대한민국 희대의 범죄자들 -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찬탈하고 자국민을 학살했으며 비리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해쳐먹은 - 의 시절, 그리고 때로는 그들과 공생공사(?)했던 조폭들의 시절은 정말로 '나쁜놈들'의 전성시대였던 것!


이런 시대에 발을 담그고 살려면,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 주먹이 빠르거나, 머리 회전이 빠르거나. 그러니까 진짜로 나쁜놈이 되거나 아니면 '더' 나쁜놈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악당들의 전성시대는, 2012년인 오늘까지도 면면히 이어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이전에 우리 관객은 너무 많이 봤고, 별로 다를 것이 없고, 그래서 자칫 식상할 수 있다는 것. 부산 바닥을 쥐락펴락하는 범죄 조직에, 뜬금없는 가족사를 들먹이면서 스스로 투신한 공무원 출신 원외 인사(?)가 실제로 어느 선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과정 자체가 다소 코믹해서 영화가 마치 코미디처럼 보이는(실제로 이 건달들이 시쳇말로 '가오를 잡는' 장면 몇몇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렸다)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변주 정도로 보인다.

정말로 조폭이 없었으면, 그 많은 영화감독을은 도대체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을까? 탄탄한 드라마투르기와, 엄청난 '때깔'과, 시대정신까지 갖춘 갱스터 영화가 많은 영화감독들의 로망이라면, 유독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영화감독들은 또 다른 로망을 하나 더 갖고 있는 듯하다. 바로 사투리.

실제로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고, 보는 관객 또한 그 어색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사투리를 굳이 써야 하는지? 그리 넓지도 않은 한반도 안에서도 리얼리티를 손쉽게 살릴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배우들로 하여금 사투리를 쓰게 하는 것일 텐데, 그것은 캐릭터 몇 명이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아, 이 영화에선 정말로 경남 태생이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구성진 사투리를 쓰는 배우가 있긴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이룩한 미덕은 배우들의 호연을 보는 것. 최민식과 하정우야 캐릭터 소화에 정평이 난 배우들이니 더하거나 뺄 것은 없다. 그리고 최근의 한국영화 트렌드 중에 하나가, 영화보다는 호흡이 긴 TV드라마에 익숙한 관객들을 염두에 둔 탓인지 탄탄한 조연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는 것인데, 이 영화에서도 많은 캐릭터들의 멋진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