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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모던타임스, 이토록 슬픈 부품(들)




(리뷰에 앞서, 채플린의 영화는 국내 개봉 시의 한글 제목인 '모던타임즈'로, 본 리뷰의 대상인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은 국내 출시 제목인 <모던타임스>로 표기할 것을 알린다)



채플린의 영화 '모던타임즈'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대한 태엽 장치에 빨려들어가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어떤 식으로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개인은 깡그리 무시하는 이 거대한 시스템을 이만큼 명료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사카 코타로의 '21세기 코믹잔혹극'이란 부제가 붙은 <모던타임스> 또한, 무려 60여 년 전에 한 천재가 보여준 비전을 그대로 유지한다. 황당무계한 블랙코미디를 넘어서는 페이소스를 느끼게 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거대한 그 누군가이며, 그 무엇이다. 과거에 항상 그랬으며,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걸 갖추지 못한 이 부품(들)은 그저 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이나 하는 게 고작인데, 이것조차 마음대로 하게 놔두는 세상이 아니다.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모던타임스>에서는 커다란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정 단어를 조합하여 검색을 하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거나, 자살을 하거나, 파렴치한 범죄자로 몰리거나, 눈이 멀게 된다. 그리고 작품 속에서 이렇게 검색으로 구체화된 행위는, 지금 우리의 입장에선 인터넷에 이런저런 글을 써제끼는 것으로 대치될 수 있겠다.

인터넷을 통해 현 정부의 정책적 패착을 고발(?)한 청년이 구속되는 세상이 아닌가.

각설하고, 귀여운 일러스트까지 더해져 꽤 두꺼운 분량이 된 이 작품은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는 스릴러이기도 하고, 거대 시스템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개인의 상황을 그린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특정한 대상을 고발하는 날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기본적으론 가볍게 보기 좋은, 재미있는 소설이다. 사실 이젠 국내에도 꽤 많이 알려진 작가인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작품도 구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던 타임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사카 코타로 (웅진지식하우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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