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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레즈비언 뱀파이어 킬러(LVK), 웃기는 B급 영화






원래부터 공포와 웃음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자극한다. 공포는 대상을 위축시키고, 웃음은 대상을 이완시킨다. 그런데 한편으론 이렇게 양 극단을 가장 빠른 속도로 왕복할 때 인간의 뇌에선 아드레날린 분비가 원활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호흡을 잘 유지하는 샘 레이미 같은 감독이 있다(물론 '스파이더맨 3'는 별로였다). 호러와 코미디의 이종교배 실험에 샘 레이미 이후 가장 크게 성공한 감독이 바로 'Shaun of the Dead(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Hot Fuzz(뜨거운 녀석들)'의 에드가 라이트라면, 아직은 그에 모자라지만 그 이후 이 혼합 장르 체급에 출사표를 던진 감독이 한 명 더 있다.

이번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을 통해 한국에 온 '레즈비언 뱀파이어 킬러(LVK: Lesbian Vampire Killers)'를 연출한 필 클레이든이란 사람.

이 영국 출신 감독의 작품 LVK는 처음부터 끝까지 에드가 라이트의 영향을 진하게 받은 것을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연애에 서투른 남자 주인공과 그에게 빌붙는 게으른 뚱보(하지만 결정적인 장면을 몇 번 연출한다), 들장미 소녀 캔디와는 좀 다른 차원에서 꿋꿋한(?) 여자 주인공 등.

기본적인 캐릭터는 그렇고, 무서우면서 때로는 코믹한...이란 표현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전체적으로는 매우 웃기지만 중간에 무서우라고 넣은 장면까지 웃겨버리는(?) 전형적인 잡종 B급 영화.



옛날 옛날에 레즈비언 뱀파이어(?)가 살고 있었다. 용사의 칼에 목아지가 뎅강 날라가기 직전, 마을 전체의 여자들이 18세가 되는 날 레즈비언 뱀파이어가 되는 저주를 걸고 그 후예들은 산 사람을 제물로 바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바뀌어 현재, 이 웃기는 마을에 젊은 여행객들이 찾아오고 스토리가 시작된다.

확실히 요즘 젊은 관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장난스러운 캡션과 효과음, 편집 등이 돋보인다. 자잘한 테크닉이 능수능란하다.

한편, 저 제목을 보고서 영화를 보기 전엔 뭔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지는 않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LVK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내용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필 클레이든은 에드가 라이트의 대를 이을 생각은 해도 켄 러셀의 대를 잇기를 원하진 않는 모양이다.

취향에 안 맞으면 객석 의자에 묶어놓고 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고문이지만, 또 취향에 맞으면 불원천리를 마다 않고 달려가서 기어코 보면서 박장대소를 터뜨려야만 하는 그런 영화. 불과 얼마 전에는 샘 레이미가 나에게 이런 부류의 감동(!)을 전해줬는데 이번의 LVK는 물론 '드래그 미 투 헬'과 비교하기가 힘들지만 어쨌든 매우 웃긴다. 그거 하나는 확실하다.

마지막, 영화 중에 나왔던 뚱보의 대사를 듣고는 아무리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싫어한다고 해도 웃지 않고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레즈비언 뱀파이어라고? 그러면 다음에는 게이 늑대인간(Warewolf)도 나오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