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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바젤의 박주호에 관한 뉴스를 보고 든 생각





지난 주부터 시작된 2011-2012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결과가 나왔다. 리그에서야 강팀이라곤 하지만 리그 밖에서까지 그런 소리를 듣기는 좀 민망했던 스위스의 FC바젤이, 빅이어를 이미 4번이나 따먹은 바 있는 전통의 명문 바이에른뮌헨을 1:0으로 꺾었던 것.

그리고 바로 그 FC바젤에는 한국인 박주호 선수가 뛰고 있다. 바이에른뮌헨과의 경기에서도 선발로 나와 풀타임을 뛰면서 두어 번 정도 킬패스를 넣기도 했고, 위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로벤을 꽁꽁 묶으면서 활약을 했다. 특히 후반전이었나, 박주호가 전방으로 넣어준 패스가 슈팅으로 이어졌는데 골대를 땡~하고 맞추고 나온 장면은 정말 아쉬웠다.


박주호의 현재 포지션은 왼쪽 풀백. 야구에선 '왼손잡이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축구에서도 거의 그에 못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왼쪽 와이드맨(왼쪽 사이드라인에서 윙포워드부터 풀백까지 모두 소화가 가능한 선수)은 꽤 좋은 옵션이다. 특히 전반적인 게임의 스피드와 공수 전환이 빨라진 현대 축구에선 이른바 볼란테라고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함께 왼쪽 풀백은 희소성이 높다. 왜? 왼발잡이가 그만큼 적기 때문에.

오른발잡이이지만 왼쪽 풀백으로 뛰고 있는 박주호를 보니까, 지금은 캐나다의 밴쿠버로 가 있는 이영표가 국대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을 무렵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 때 한국 축구는 '전세계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뻔했다!





알다시피 이영표는 오른발잡이이고, 선수 생활 거의 내내 왼쪽 사이드에서 뛰었다(그리고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왼쪽 사이드가 편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전후로 해서 요하네스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등의 외국인 감독은 그를 오른쪽 풀백으로 기용했고, 왼쪽 풀백 자리엔 원래부터 왼발잡이였던 김동진이나 김치우 등을 기용했다.

당연히 '오른발잡이는 오른쪽 사이드에서 뛰면서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편할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을 텐데, 아니 당사자가 왼쪽이 편하다고 얘기하는데 굳이 오른쪽에 세울 이유는 없지 않았나. 게다가 이영표라는 존재가 대표팀 내에서 갖는 위상도 결코 적지 않았는데.

바로 그런 이유로, 축구계 일각에선 '이영표를 편한 왼쪽 자리에 두고, 이전에 왼쪽에서 뛰었던 선수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기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즉, '오른발잡이가 왼쪽에서, 왼발잡이가 오른쪽에서' 뛰는, 정말로 전세계 축구 역사를 탈탈 털면서 찾아봐도 보기 힘든, 엄청난 포지션 파괴(?)가 행해질 뻔했다는 것!


그런데 뭐, 그게 현실이 되진 않았고...


박주호는 이미 청소년대표와 올림픽대표에선 에이스였고, A대표팀에서도 몇 차례 소집된 적이 있긴 하다. 다만 지금의 A대표팀은 이른바 비상 시국이기 때문에 멀리서 뛰고 있는 박주호를 굳이 점검차 불러들일 절박한 이유는 없어 보이고, 지난 토요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좋은 몸놀림을 보였던 한상운이나 김치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왼쪽 풀백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이 확정되면, 그 때나 A대표팀에 소집되면서 점검을 받을 수 있을 듯.

그렇게 되면, 그리고 박주호가 오른발잡이로서 왼쪽에서 정말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다면... 정말 다시 한번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할 만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