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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타로 가야겠어: 두근두근 캐나다 여행



얼마 전에 폐막한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예전에 들었던 캐나다에 관한 농담이 하나 떠올랐다.

많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1976년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하계올림픽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레슬링의 양정모 선수)가 나왔던 대회로 각인되어 있기도 하고, 체조 요정 나디아 코마네치가 체조에서 10점 만점 연기를 펼치기도 한 대회이기도 하다.

아무튼 1976년 몬트리올에서, 아직 붕괴되기 전인 소비에트연방, 즉 소련은 가장 많은 금메달을 땄다. 하필이면 이 대회에서 소련은 왜 그렇게 열심히 뛰었을까? 바로 캐나다에서 값싼 밀을 대량 수입하여 인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줘야 했기 때문...이란 농담이 퍼진 적이 있었다.



사실 구소련에서도 밀을 많이 생산하긴 했지만, 인민들의 생활고는 그보다 더 심각했던 모양이다.
구소련 시절 '국민화가' 칭호를 받은 아르카디 플라스토프의 작품, <배급받는 날(Payday)>
참고로 밀의 최대 수출국은 당시 냉전 상태로 구소련과 껄끄러웠던 미국이고, 다음이 캐나다.


캐나다, 라고 하면 광활한 대자연이 금방 연상된다. 빽빽하게 들어찬 침엽수림과 1년 열두 달 내내 만년설로 덮여있는 산봉우리 같은 것들. 그리고 초현대적으로 생겨먹은 마천루가 즐비한 대도시의 야경 같은 것들도. 어느 쪽이든 좁은 한반도의 서쪽 끄트머리인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인생을 지낸 이 촌뜨기;;에겐 그야말로 완벽한 동경의 대상인 것이다.



캐나다여행을 떠나자. 단, 비용과 시간만 넉넉하면...


자, 그렇다면 이 동네는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 그리고 이동할 때 또 어떤 루트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는 어떻게 알아봐야 하나. 안 그래도 땅덩어리가 드넓기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캐나다 영토의 끝에서 끝은 무려 지구 둘레의 1/4에 해당한다...!

그래서 캐나다관광청에선 친절하게도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나다여행'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를 홈페이지(http://kr.canada.travel/EQTypeLandingPage)에서 제공하고 있다. 간단한 설문조사, 그러니까 클럽에 가서 밤새 춤을 추는 것을 좋아하는지, 혹은 여행을 떠나면 철저하게 현지인의 문화를 몸소 느끼고자 노력하는지 등의 성향에 맞춰서 딱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클릭질 몇 번에 수행 가능한 미션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드는 필자도 냉큼 시도해봤다.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냐고? 물론이지. 최악의 여행은 단체여행? 음, 당연한 거 아냐? 뭐 이렇게 대략 서른 가지 정도의 문항에 사지선다로 답변을 하며 결과 페이지가 로딩되었다.



그랬더니 이렇게 나왔다. 'Cultural History Buff'라고? 문화역사 탐방을 떠나는 스타일이 가장 잘 맞는다고 하네. 그리고 재미있는 건, 개인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야심이 강하고, 적응력도 있고, 뭐 다 좋네. 문화적으로도 개방적이고 반기업적 성향... 음?


반기업적 성향
반기업적 성향
반기업적 성향
반기업적 성향
반기업적 성향


아니 도대체 이건;; 뭐, 평소에 비리나 독과점을 일삼는 일부 몰지각한 대기업 제품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아예 대놓고 반기업적;;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 치하에서 이건 나름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흠흠, 각설하고;; 캐나다 북부 지방 개척자들의 유산을 둘러보는 여행 스타일이 나에겐 맞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동네에서도 어떤 여행지가 있을까 살펴봤더니 알버타, 마니토바 등의 지역이 쭉쭉 떠준다.

앗, 알버타?

알버타라고 하면 또, 닐 영 할아버지의 주옥 같은 노래 'Four Strong Winds'에도 나오지 않나.




아예 시작부터 "알버타로 가야겠어(Think I'll go out to Alberta)"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바로 그 노래가 있지 않던가. 그리고 더 알아보니 이 노래는 알버타주의 비공식 주가(州歌)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의 동영상은 닐 영의 캐나다 현지 공연 장면.







노래를 들으면서 꼭 솜씨 좋은 아티스트가 세심하게 그린 것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마음이 착 가라앉는 게... 나처럼 성질 급하고 매사에 삐따기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물론, 캐나다관광청은 날더러 '반기업적 성향'이라고 했지만!)은 캐나다 여행 후 꽤 달라져서 돌아올 것만 같이 느껴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린다면,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엔 이전까지 가져본 적이 없던 꽤 길고 풍요로운 개인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 그 때까진 PC 모니터와 핸드폰의 배경화면은 '내 마음을 착 가라앉히는' 캐나다의 자연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