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기로에 선 이천수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 만화 이야기 하나.

허영만 원작 만화 '미스터 Q'는 참 재미있게 본 만화였는데, 그 재미의 상당 부분은 어떤 회사건 있게 마련인 회사 내의 '인간관계'(라고 쓰고 줄타기라고 읽는다)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린 것이었다.

주인공 이강토는 회사 내에서 나름 업무 능력을 인정 받는 신입사원. 그러나 회사 내에서 그를 그닥 좋게 보진 않는(아마도 이강토가 선택하지 않은 '연줄'에 속한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사가 하나 있다.

그러던 중 이강토가 출근길에 우연찮게 '네다바이'(보험 사기 비스무리)에 걸려 덤터기를 쓰고, 회사 내에서도 뒷말이 나오게 된다.

이강토를 마땅찮게 생각하던 이사가 이강토를 사무실로 부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라고 한다.

당연히 이강토는 억울하다. 자신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누명을 썼다고 구구절절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 이사가 딱 한 마디를 한다.

"그래, 내가 봐도 자넨 잘못이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말야, 왜 하필이면 그런 일이 이강토씨한테 벌어진 거지?"


여기에서 이강토가 한바탕 뒤집어 엎었을까?

아니다.

그래도 이강토는 회사 생활을 아는 사람이다. 어금니 꽉 깨물고, '다시는 이런 비슷한 일이 없도록 근신하겠습니다' 뭐 이런 식의 대사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살아가면서 사연 없는 사람 없고, 억울한 일 하나 없는 사람 없다.

그런데 옆에 앉아서 그런 이야기 다 들어줄 사람, 가족 말고는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글쓴이는, 아직까지도 유럽의 빅리그 정도는 제외하고 전세계 어느 나라 어느 리그에서건(심지어 대한민국 국대에서도) 이천수 정도의 실력이라면 먹어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천수의 주위에는 항상 그리도 복잡한 일이 발생할까?

능력을 시샘한 누군가의 장난질일까? 아니면 정말로(그렇게 믿고 싶진 않지만) 능력에 못 따라가는 인성 때문일까?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반짝였던 수많은 재능들 중 하나인 이천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