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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박쥐, 굉장한 영화



파우스트에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듬뿍 넣어 각색하거나, 죄와 벌을 더더욱 염세적으로 그리거나, 데미안에 에로스의 코드를 덧대어 컨버전하거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박쥐'는 관객이 보는 것만큼 반응하게 되는 영화다.

이야기는 고전적인데 (당연하게도)비주얼은 매우 강렬하다. 상상하는 것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라는 카피는, 바로 박쥐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굉장한 영화다. 박쥐는.


영화를 보기 전에 김옥빈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에서의 김옥빈은, 아니 태주는 기대 이상. 욕망이 드글드글 끓는 요부 역할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박쥐는 김옥빈의 필모에서 꼭대기에 오를 것이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도대체 맡을 수 없는 역할은 무엇일까. 화장실 씬에서 꼭 넘버 쓰리의 조필을 연상시키는 대사조차 이 영화에선 의미가 있다. 객석 일부에서 '하필이면 그 장면에서' 실소가 터져나온 것은 분명히 감독이 의도한 바일 것이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도저히 영화로 만들지 못하는 이야기란 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로 도발적이고 거침 없는 상상과 그것을 구현하는 능력에 있어 그와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는 '영화감독'은 얼른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영화 속의 공기는 낯설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이긴 하지만.

박쥐는 굉장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