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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2009 외인구단, 왠지 흥행 실패의 예감





나름 2009년의 황금연휴에 속한 토요일(5월2일)에 첫 방송을 타는 MBC 주말특별기획 '2009 외인구단'의 정보를 살펴보면, 확실히 그 옛날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에 많이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심지어는 일부 대사까지도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고 했으니(아무래도 외인구단에선 가장 유명한, '나는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나 '넌 나한텐 신이었고 네 편지는 나한텐 성전이었다' 등의 대사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극본을 만화가 황미나씨가 맡았다고.

어쨌든 최근엔 '남자이야기' 정도를 제외하곤 초반에 딱히 신선하다고 느낄 만한 TV 드라마를 만난 적이 별로 없는데, 오랜만에 스포츠드라마(라고 쓰고 멜로드라마라고 읽는다)를 만나게 되니 일단 체크리스트에는 올려둔다. 물론, 이전에 눈물 펑펑 쏟으면서 봤던 만화를 아직 기억하고 있는 나이기도 하고.

그런데 까놓고 말하자면 2009 외인구단, 흥행에 있어서 너무나도 불안한 요소가 많다. 초장부터 이런 말 하면 관계자 여러분 제위는 참으로 섭섭하시겠지만, 쪽박 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SK vs 두산 = 까치네 vs 마동탁네(?)
포스팅을 하기도 했지만, 지난 주 인천문학구장에서 SK와 롯데의 일전 때 빈볼 시비가 있었다. 그 일의 경위를 다시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고, 그 일을 지켜본 많은 야구팬들은 대체로 SK의 박재홍이 잘못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의 스틸샷을 보면 알겠지만 까치네의 유니폼은 SK 와이번스를 빼다박았고 마동탁네의 유니폼은 두산베어즈를 빼다박았다.



드라마가 진행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까치네 = 선한 편(우리 팀), 마동탁네 = 악한 편(쟤네 팀)의 공식이 설립될 텐데 사실상 SK 와이번스의 이미지는 선한 편, 약자의 팀, 외인구단, 하여튼 이런 인상과는 거리가 좀 멀지 않은가. 리그 최상위의 부자 구단 이미지에 더 가깝지.

반면 2시즌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두산이야말로 오히려 외인구단의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린다. 엷은 선수층에도 불구, 악전고투를 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분루를 삼키고야 마는, 이런 이미지가 지난 2시즌 동안의 코리안시리즈에서 이룩된(?) 두산의 이미지가 아닌가.

드라마의 촬영 대부분을 인천에서 했고 당연히 인천 연고팀인 SK 와이번스의 대폭적인 협조를 얻었기 때문이겠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그리고 꼭 실제 KBO 구단의 유니폼을 거의 빼다박은 그런 디자인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게다가 정말로,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5월5일 어린이날 사직에서의 롯데와 SK의 일전에서 정말 뭔 사단이 난다면, 이건 드라마에 완전히 찬물 수준이 아니라 아예 얼음을 통째로 들이붓는 꼴이 될 것이다.



2. 어정쩡한 방영 시간대
최근 MBC는 봄 개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면서 몇몇 굵직한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대를 옮겼다. 대표적으로 목요일의 이른바 '시사 존'을 들 수 있겠는데, 공익적 성격이 강했던 '뉴스 후'를 토요일에서 목요일로 옮기며 MBC의 간판 프로인 100분 토론과 연달아 붙이는 기획 등이 그것.

하여튼 그래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면 좋겠는데, 이 2009 외인구단의 방영 시간대가 영 어정쩡하다. 주말(토/일) 오후 10시 40분(-_-). SBS의 경우 토요일 오후 10시에 신작 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방영된다. 그리고 KBS에선 약 10시 20분 경 '천추태후'가 방영된다. 시작 시간대의 선점이라는 측면에서 뒤쳐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찬란한 유산은 말랑말랑한 트렌디에 가깝고, 천추태후는 정통 대하 사극. 장르도 완전히 다르고 따라서 메인 타겟도 외인구단과는 다르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방송 3사에서 공을 들인 작품들로 '대작 드라마의 편성 시간'이라는 인식이 시청자의 머릿속에 꽉 박혀있는 수/목 오후 10시 타임도 아닌데 저렇게 어중간한 시작 시간이 단기간 내 시청자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3. 캐스팅의 어려움
단적으로 말해서, 한국 대중문화 사상 가장 강렬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오혜성 역은 사실 누가 맡아도 욕 먹게 되어 있다. 전성기 때의 최재성이라면 모를까, 하여튼 오혜성이 갖는 오라는 참으로 무지막지해서, 실사화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캐릭터의 자리에 빠짐 없이 까치를 올리게 된다.


(최재성의 리즈 시절)


윤태영이 타이틀 롤을 맡은 것에 팬들 일부가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나머지 캐릭터도 마찬가지.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사는 손병도, 최관, 조상구, 백두산, 하국상, 최경도 등은 꽤 '만화적'이어서 실사화를 했을 때 피식피식 새나오는 웃음을 피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는 나름 성공적인 컨버전이었다고 하는 영화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주연인 까치,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인지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것도 약점이다. 게다가 메인 타겟이 될 30~40대 남성 시청자들은 원래부터가 TV 드라마의 주 시청자가 아니다.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한다면 조연급에라도 다소 무게감 있는 배우를 배치할 필요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것도 2009 외인구단의 앞길이 불안해지는 이유이다.



뭐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과거 MBC에선 스포츠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둔 바가 없진 않다. '마지막 승부'가 좋은 예가 될 텐데,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막장질에 뻔하디 뻔한 연애 놀음만 넘치는 요즘 TV 드라마에서 그나마 건질 만한 볼꺼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