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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밴드웨건 vs 언더독?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경제학에서 정치학이 빌어온 용어로, 대세를 따르는 이들이 많을수록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지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명하지 않거나 심지어 투표율까지 하락하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2007년의 대선에서 2MB의 당선이 진작 유력해지자 투표율과 정치에 대한 관심이 모두 줄어들었던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여기에 또 올라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인지상정


이 밴드웨건 효과의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이다. 이해하기 편하도록 약자에게 동정표를 던지는 현상 정도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후보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바로 언더독 효과다. 저 사람은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선거에 나온 거지? 뭔가 기발하고 특별한 공약이라도 있나? 바로 이렇게. 그런 점에선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언더독 효과를 톡톡히 본 사람은 선진당에서 공천을 받아 서울시장선거에 나왔던 지상욱 후보가 아닐까(더 이상 그를 '심은하 남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각설하고, 6.2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많이 나온 이번 선거에선, 이전의 여론조사 결과와 출구조사의 결과가 많이 다른 것으로 나오기도 했고 또한 실제로도 꽤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받아들일 만한 결과가 쏟아져서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꽤 흥미로운' 선거였다.

그러나 이전까지의 대한민국 선거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던 한계와 단점 또한 고스란히 노출시켰던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 최고 노른자위라고 할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따냈지만 한나라당에게 이번 선거는 사실상의 패배일 것이고, 반대로 전국 굴지의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장을 대부분 석권한 야권은 사실상 승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바로 이 과정에서 밴드웨건 효과, 혹은 언더독 효과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민주주의란 살아 숨쉬는 유기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만 선거는 철저히 공학이다. A부터 Z까지 모든 것들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전술을 수행하는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야만 승리하는 게임이다. 바로 그래서 위에 이야기한 '효과' 이론도 정립이 된 거겠지.

이번 6.2 지방선거를 사실상 야권의 승리로 이야기할 때, 전국의 꽤 많은 지역에서 야권이 (반MB라는 이름으로)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것이 주효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굶어죽게 생겼는데 양식이냐 한식이냐 따질 새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당장 집에 난 급한 불을 꺼야 하는데 물을 길어올 때 앞집이냐 뒷집이냐 따질 새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정권에 대한 심판, 혹은 반MB라는 독트린의 실체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노골적으로 따지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행위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물론 '선거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일'이란 말도 있고, '선거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덜 싫은 사람을 뽑는 일'이란 말도 있다. 이런 말에도 동의한다. 그런데 조금 웃기는 건, 이른바 '될 사람을 뽑자'는 이른바 사표 방지론 같은 이야기가, 상당한 수준의 민주화가 진척된(물론 현 정부의 출범 이후 '엄청난'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도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는 것이다. 사실 사표 방지론은 1987년의 직선제 개헌 이후 지금의 한나라당 전신인 민정당이 처음 꺼낸 이야긴데 지금은 민주당에서 하고 있다.


죽은 표? 따지고 보면 모든 선거에선 1등이 아니라면 모두 사표다. 본 블로그 주인장은 그렇게 이야기하면 이번 6.2 지방선거를 제외하고서 성년이 된 이후 참여한 모든 선거에서 99% 이상 사표를 던진 사람이다. 그런데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거나 후회한 적은 없다.

결국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것으로 믿으며, 자신의 경제적/계급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후보에게 던지는 한 표가 아닌 모든 표는 전부 사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선거에 관한 모든 복잡한 문제는 풀린다.



물론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당신이 유권자라면 일단은 한 표라도 던지고서 난 다음에야 해당되는 말이다. 투표 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