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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절망의 구 by 김이환




어느 날 갑자기 서울 시내 한복판에 나타난 지름 2미터 가량의 시커먼 공. 이 공은 사람(만)을 말 그대로 '삼켜버린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공은 세상을 종말로 이끌고 홀로 남겨진 남자가 있다.

딱 여기까지만 보면 장르문학의 계보에서 한 자리 제대로 차지하고서 대접을 받고 있는 이른바 '묵시록(Apocalypse) 문학'의 일원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긴박감이 넘치는 부분이 특별한 재미를 주는데 전체적으론 꽤 세심한 묘사도 돋보이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 사실 장르문학에서 이와 같은 표현은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책 한 권을 하룻밤 꼬박 새우며 독파한 일이 최근엔 없었는데 <절망의 구>는 하룻밤에 다 읽었다. 그리고 새벽 동이 터오는 것을 보는데 참 희한했던 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

작가인 김이환은 1978년생으로 아직 젊은(이라기보단 '어린') 작가인데 아주 상큼(?)한 상상력의 소유자다. 일독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