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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마이 네임 이즈 뽄드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그 옛날의 멀끔하면서도 느물거리는 '뽄드'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리고 그렇게 본드가 변절(?)을 한 이유도 안다.

제임스 본드와 이름도 비슷한 제이슨 본. 그 때문이란 걸 부인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몸으로 때우는 이토록 과격한 액션을, 그것도 한참 새파란 후배 스파이가 해치우고 관객들이 환호하는 광경에 이 역전의 용사는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어쨌든 세상은 변했다. 모든 일을 매끄럽고도 완벽하게 척척 해내는 엄친아 계열의 먼치킨 캐릭터는 게임에서도 배척을 받지 않나. 느끼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가 만나고 있는 제임스 본드가 완성된 것이다.

새로운 007 시리즈를 보고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위선이다. 특히 영화 초반의 박력 넘치는 카 체이스 씬과 정말 맨몸으로 옥상에서 뚝 떨어지며 유리창을 깨버리기도 하면서(이거 어떻게 찍었을까 정말 궁금하다) 이 쪽 계열의 영화에선 길이 남을 명장면도 많다.

그러나 카지노 로얄 정도의 감흥은 없는 게 사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완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프리퀄 형식인 전편부터, 똑같은 형식의 작품이 앞으로도 한두 편은 더 나올 것 같은데, 과연 그 이야기들이 끝나고 나서도 여전히 좌충우돌하는 본드일지, 아니면 그 옛날로 돌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P.S: 옛날 시리즈 가운데 골드핑거를 보면 온 몸에 금박 칠을 당해 살해 당한 본드걸이 나온다. 바로 그 장면과 똑같은(오마주?) 장면이 퀀텀 오브 솔러스에도 나오는데, 이번엔 석유다. 글쎄, 어느 쪽이 더 비싼 죽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