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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전설 없는 땅>, 대단하다




전설도 없고, 자비도 없다. 무자비하고 냉혹하다. 털끝만큼이라도 선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정말 보기 드문 소설.

그런데 그게, 꽤 생생하고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그래, 현실은 언제나 희망보다 암울하다. 일본인 작가인 후나도 요이치는 책 끄트머리의 소개글을 보면 원래는 르포라이터부터 시작을 한 인물로, 발품을 많이 파는 취재를 통해 주로 제3세계 국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많이 썼던 작가다.

현실이 그렇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래서, 독자는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잠깐 동안의 인상은, 마초들이 미개척지를 누비는 이야기의 탐험물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딱 1/5 분량을 지나면서 이 생각은 바뀌었다. 인접국인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의 묘한 정치적 긴장 관계, 국민들의 의식 차이, 그리고 제3세계의 태생적 한계. 이 무거운 이야기들이 숨가쁜 호흡을 타고 무겁지 않게 이어진다.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은 다소 있지만, 막바지에 가서는 꽤 큰 충격을 맞게 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장르문학이나 대중소설을, 여전히 뭔가 한 단계 급이 낮은 그 어떤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또 한 번 무너졌다.

<전설 없는 땅>, 이 미스터리는 대단하다! 고노 미스터리와 스고이!

P.S: <전설 없는 땅>은 챕터의 구성이 상당히 깔끔한 것도 인상적이다. 동시다발적(그래봐야 딱 두 군데 이야기만 왔다갔다하지만)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아주 알아보기 쉽게 구성했는데, 겉멋 따위 필요 없다는 작가의 고집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평소에 책을 그다지 많이 보는 편이 아니어서 책만 잡으면 진도가 영 안 나간다고 하는 사람이 주위에 한두 명은 꼭꼭 있다. 이런 사람이 읽기에 아주 좋은 소설 작품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