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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의 문제, 기자의 문제




(본 포스팅은 블로거 '승주나무'님의, '매년 정부돈 300억원 받는 신문사를 아시나요?'에 대한 트랙백)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언론사를 꼽는다면 아마도 조중동, 그리고 (공중파)방송사, 다음으로 한경서('한경대'라는 표현도 있다. 거기에서 '대'는 대한매일을 말하는 건데 서울신문으로 바뀐지 오래 됐다) 정도가 될 것이다. 뭐 이건 당연하다.

그런데 언론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기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가 따로 있다. 바로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대해서는 아고라에 올라온, '조.중.동'은 당분간 신경꺼라. 문제는 '연합'이다! 라는 글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데, 요약하여 말하자면 연합뉴스는 본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른바 '뉴스 도매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랑은 아니지만 월간지, 주간지, 지방지, 그리고 격월간을 빙자한 계간지(죄다 폐업했음;;)에서 기자질을 한 적이 있는 난 '연통'(연합통신의 줄임말)이란 표현이 사실 더 익숙하다.

하여튼 그런 연합뉴스가 작성한 기자는 조중동문한경서를 비롯한 여러 종이신문에 전달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각 신문사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들어맞게끔 보완을 하여 기사를 낸다...는 게 일단은 FM인데,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문제라는 것.

일단은 한정된 인력 때문이고, 데드라인을 맞춰야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이유 때문에, 사실상 연합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베껴서 기자 이름만 살짝 바꿔 올리는 일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연합뉴스에서 제공하는 기사가 모든 가치를 배제한, 완전한 날것(raw)의 상태일 땐 사실 문제가 없겠지만, 연합뉴스 자체 기사가 모종의 시각을 견지할 땐 이게 진짜로 심각한 문제이며, 바로 지금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장 자리에 최시중을 앉히고, 연합뉴스 사장에 구본홍을 앉히며, KBS 사장에 이병순을 앉히는 등의 '작업'이 2MB 일당들에게 그토록 소중한 과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연합뉴스에 '영구적으로 매년 300억의 지원'이라는 솜사탕을 안겼다.

자, 여기까지가 글쓴이가 지적하고 싶은 연합뉴스의 문제였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내용은, 바로 기자들에 관한 문제.

솔직히 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 중 기자에 대해 아주 유쾌한 감정을 갖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는 글쓴이가 기자 시절 실제로 겪었고 느꼈던 부분이다. 매사에 무지 고압적이고, 항상 뭔가 구리구리한 냄새를 맡으러 돌아다니는 하이에나 같은 존재들이라는 느낌. 뭐 실제로 그런 기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사실 아주 많고) 개인으로서 그렇게 문제시 되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위에 링크한 아고라의 토론글에서, 아주 제대로 된 기자정신에 입각하여 모든 기사를 쓰고자 하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고 신문이 아예 나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물론, 과장하자면) 하는데, 이건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이다.

기자도 사람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보다 '완벽한' 기사를 위해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스스로에게 끊임 없이 되물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신문, 그리고 언론이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와 등가인 것이다. 굳이 분초를 다투며 내보낼 필요도 없는 일반 기업의 신상품 보도자료에서 나온 것이 분명한 기사가 신문들마다 거의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올라오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정말 시급하게 속보로 다뤄야 할 내용이 있다면 그 부분은 스트레이트 기사로 올리고, 추가 해설이나 심층 취재가 필요한 부분은 온라인을 통한다든지(네이버가 올해 들어 메인 페이지를 리뉴얼하면서 일간지들의 일일 페이지뷰는 무지 많이 올라간 상황이다) 하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신문이 없는 정부와, 정부가 없는 신문 중 후자를 택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언론은, 그리고 언론의 독립성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당연히 언론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사람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