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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

처절한 우화, 갈라파고스(by 커트 보네거트) 간담이 서늘해지는 블랙 유머와 풍자로 유명한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갈라파고스'. 초반에 보면 작중 화자(이 작중 화자 또한... 상당히 괴이쩍은 존재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가 '1백만년 전, 그러니까 1986년'이라고 하는 표현이 나오는데 처음엔 이게 그냥 다소 과장한, 유머러스한 표현인 걸로 생각했다. 근데 이게 왠일. 저기에서 1백만년 전이라고 하는 건 '실제로' 지금으로부터 1백만년이 흐른 뒤에 하는 말인 것이다.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을 읽기 전에, 제목의 도살장이라고 하는 표현이 뭔가 은유적인 걸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소 잡고 돼지 멱 따는 도살장인 걸 알았을 때의 당혹감;;이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아직 읽지는 않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고양이 요람.. 더보기
더 로드(2010) 미국 현대문학에서 J.D.샐린저(호밀밭의 파수꾼)와 함께 '헤밍웨이 이후'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코멕 맥카시 작 를 보고 난 다음의 느낌은 말 그대로 한숨이 푹푹 쏟아지는;; 지경이었다. 도대체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암울함 그 자체.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궁금해졌다. 알다시피 는 모종의 이유로 세상이 완전히 멸망한 이후의 묵시록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된 이유가 뭔지 혹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되었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해주는 작품은 아니다(세상이 뒤집어지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스펙타클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작품이다). 그냥 '온통 잿빛이고, 하여튼 설명하기 힘든 어떤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과연 어떻게 보여줄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스크린에서 만나.. 더보기
절망에 대해 이야기하기: 더 로드/팔레스타인 우리는 절망에 대해서, 참 쉽게 이야기한다. 매일매일의 삶에서 도무지 발전의 가능성이란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고, 빛이 되어줄 아무런 대상도 찾을 수가 없다고. 그런 반면 또 우리는 희망에 대해서도, 참 쉽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오늘은 어제가 마지막이었던 그 누군가가 그렇게 바랬던 내일이었다고.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까지 숨어있던 건 한 가닥 희망이었다고. 여기 책 두 권이 있다. 하나는 순수 문학 작품이고, 하나는 저널리스트가 쓰고 그린 르포. 이 두 권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희망'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사치가 되는 상황을 그렸다는 것이다. 절망의 밑바닥. 바로 거기에 '더 로드(코맥 매카시)'와 '팔레스타인(조 사코)'가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이기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