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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 모더니즘에서 리얼리즘으로 전작인 '다크나이트'가 개봉했던 해는 2008년. 그러니까 실제의 시간으론 4년이 지난 건데 영화 안에서는 8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굳이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의 시간과 영화 속 시간 사이의 간극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회귀, 혹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이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매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 고담시를 구하는 와중에 연인마저 잃게 된 과거의 '흑기사'는, 확실히 매사에 정나미가 떨어졌을 듯하다. 그럼에도 새롭게 창궐한 악에 맞서 분연히(?) 다시 일어서는(RISE) 모습은 심지어 거룩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이것은 어떻게 보면 서양 문명이 천 년도 넘게 그토록 사랑했던 드라마투르기, 즉 예수의 이야기를 연상.. 더보기
간지폭발 다크나이트 라이즈 포스터 올 7월 개봉 예정인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캐릭터 포스터들. 근데 국내판 포스터에서 '~가 시작된다!'라고 끝나지 않는(?) 카피를 본 게 참 오랜만. 개인적으론 위의 3장보다 밑의 3장이 더 끌리는데. 아무튼 간지폭발! 더보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팀 버튼, 나이를 먹다 루이스 캐롤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 원작만큼 국내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 자체가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이다. 기괴하고 음울하지만 한편으론 화사하고 생기발랄한, 총기가 넘치고 따뜻하지만 한편으론 냉소적이고 엽기적인 비전의 소유자 팀 버튼의 해석이 (무지하게)궁금했던 이유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각적 유희를 최근에 이만큼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이 또 없다는 생각이다. 지금이 이후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도 그렇다. 그러나 에서의 호흡은 때로 불규칙하고, 너무 분절적이다. 이래서야 짜릿한 테마파크 2시간 이용권을 끊어서 (순서도 무시하고)여기저기 들락날락했다는 기분밖엔 느낄 수가 없다. 팀 버튼이란 대단한 감독에게서 우리가.. 더보기
다크 나이트 리턴즈 by 프랭크 밀러 이 정도 되면, 배트맨은 더 이상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인간적'인 영웅은 아니다. 멀끔한 영화 속 주인공은 더더욱 아니고. 그리고 또 이 정도 되면, 이전에 그래픽 노블을 접한 적이 있는 이라면 알겠지만, 코믹스, 그러니까 '만화'와 그래픽 노블이 다른 점을 이야기할 때, 일단 그 안에 담고 있는 철학이 다르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우리에겐 영화 씬 시티와 300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프랭크 밀러가 다시 창조한 배트맨의 이야기는 배트맨의 은퇴 이후 10년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고담 시는 여전히 범죄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휘황찬란한 도시. 여기까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끼어든다. 배트맨이 현역에서 스스로 은퇴(?.. 더보기
배트맨이 다크나이트인 이유 (스포일러 만빵입니다. 주의하시길)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같이 영화를 봤던(것 같은) 3명의 고딩-정도로 보이는-친구들이 농을 했다. "야, 다크 나이트면 '흑기사' 아니냐" "그래, 흑기사. 누구 대신 술 먹어주냐? ㅋㅋㅋ" '흑기사'란 이는, 평소에는 그 존재감을 감추고 산다. 그러면서 다 같이 왁자지껄하게 먹고 마시는 자리에서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는 여성(아니면 동성?)이 고난에 처했을 때 홀연히 나타나는 존재다. 그러고는, 대개, 그 자리가 파하면서 그 존재는 잊혀진다. 그러나 우리의 다크나이트는 속으로 되새긴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또 해야지(?). 2억 5천만 달러 짜리 아찔한 블록버스터의 결말을, 우리의 주인공이 경찰들(과 경찰견들)로부터 쫒기는 엔딩으로 마무리한 이 희한한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