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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종목 우승컵들의 애칭



새벽잠을 설치면서 본 보람이 있었다. 08~0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EPL의 아스날과 맨유가 벌인 2차전에 선발로 나선 박지성이 경기의 첫 골을 넣었다.

 

현지 중계 해설자가 '사우스 코리언 캡틴 지성 팍'이라고 하는 걸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리고 챔스와 박지성, 하면 현재의 맨유로 오기 바로 전 히딩크 감독의 PSV에서 이영표와 함께 뛰던 2005년의 어린이날 새벽, 04~05 시즌의 챔스 준결에서 AC밀란을 상대로 넣은 골도 떠오르고.


그리고 조금 웃기는 사진. 지성을 붙잡으려는(?) 플레쳐의 저 열심인 모습(매우 진지하다 ㅋ). 그리고 아래 사진에서 배경의 아스날 팬들 표정은 그야말로 X씹은 것 같은... 아예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람도 있네.

내일 새벽에 있을 첼시와 바르셀로나의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두는 팀과 결승에서 맞붙게 될 맨유인데, 작년처럼 벤치 명단에도 못 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재 박지성은 컨디션이 꽤 좋다. 안정적인 수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챔스 결승에서(챔스 결승전은 생각보다 골이 많이 나지 않는다) 올핸 살짝 기대를 갖게 한다.

결승전에서 맹활약하며, 올해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박지성은 과연 '자랑스럽게'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챔스 우승컵은 '빅 이어(Big Ear)'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커다란 귀(?)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여러 스포츠 종목의 우승컵들 중 가장 무거운(약 15Kg) 컵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생각난 게, 바로 다양한 스포츠 종목의 리그(혹은 대회)에서의 우승컵들 애칭에 대한 포스팅이다. 빅 이어처럼 생김새를 빗대어 별명을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사람 이름을 그대로 갖다 붙인 경우가 많다.



가장 유명한 '컵'의 애칭은 바로 FIFA 월드컵에 붙는 애칭인 '쥴리메 컵'일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제패한 이탈리아팀의 환호. 사실 월드컵은 초창기에는 초청 대회의 형식을 갖고 있었고 참가국 수도 얼마 안 되는 등 오늘날과 같은 명성을 갖춘 건 좀 지나서의 일. 바로 1946년부터 FIFA 회장을 맡으며 대회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공헌한 쥴리메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와 같은 애칭을 붙이게 되었다고.




축구 종목에서 또 유명한 컵의 애칭은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에게 전달되는 '스쿠데토'. 작년 시즌 인테르의 우승 축하 모습. 스쿠데토에는 현재 이탈리아 축구협회의 공식 문양이기도 한 방패 모양의 아이콘이 새겨지는데, 탄탄한 수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이탈리아 축구의 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월드컵이 열리는 4년 주기 사이에 역시 4년에 한 번, 올림픽과 함께 전세계의 축구광들을 광란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UEFA 유로 대회의 우승컵은 '앙리 들로네 컵'으로 불린다. 1920년대 프랑스 축구협회의 회장이었던 앙리 들로네를 기리는 차원에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지난 2008년의 대회에선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털어낸 '무적함대' 스페인의 차지가 되었다.




축구 종목 외에 특정 종목의 리그 우승컵 애칭으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이름은 NHL(북미 아이스하키리그)의 우승컵인 '스탠리컵'일 것이다. 1892년 캐나다 총독인 스탠리 경이 캐나다의 하키 챔피언에게 수여하기 위해 은으로 만든 컵을 기증한 것이다. 원래 이름은 '도미니언 하키 챌린지컵'이었는데 후에 현재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


우승컵 보단 우승반지로 유명한 NBA지만, 우승컵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오브라이언 컵'이란 별명이 붙기 전엔 그저 '월드 챔피언쉽 트로피'라는, 다소 심심한(?) 이름을 갖고 있던 NBA 우승컵은 지난 1984년에 NBA 대표를 맡아 현재의 시스템을 완벽하게 정비한 래리 오브라이언의 이름을 땄다. NBA와 마찬가지로 MLB에서도 우승팀에게 우승컵이 수여되긴 하는데 역시나 반지가 훨씬 더 유명하고 컵에는 특별한 별명이 붙어있진 않다.




마지막, 매년 봄에 전세계의 영화광들이 주시하는 아카데미상에도 애칭이 있다. 바로 '오스카'. 아카데미상에 오스카라는 애칭이 붙은 것에는 2가지 정도의 설(設)이 있는데, 아카데미상을 시상하는 미국 영화예술 아카데미 협회의 사서였던 마가렛 해릭 여사가 이 상의 생김새를 보고 "우리 삼촌인 오스카를 꼭 닮았다"고 해서 오스카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설과, 실제로 아카데미를 받은 적이 있는 명배우 베티 데이비스가 "전 남편인 오스카를 닮았다"고 해서 그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