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충무공이시여 편히 잠드소서



바로 어제인 4월28일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글쓴이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학교와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들이 거의 다르지 않았던 그 시절에 고딩이었고, 그리고 4월 말의 토요일이면 학교에선 충무공 탄신일 기념 마라톤 대회(?!)를 했다. 모교와 충무공 이순신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그런데 사실 '그런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은 다들 각자가 졸업한 학교에서 이렇게 야릇한 기념일에 얽힌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충무공의 업적과 그를 기리는 마음가짐까지 소홀히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여튼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인물이 바로 충무공인데, 그런 충무공이 지하에서 탄식을 하게 된 일이 불과 얼마 전에 있었다.

현재 아산 현충사의 일부 부지와 경내의 충무공 고택이 법원 경매에 매물로 나와 충격을 준 것. 충무공의 후손으로 고택을 관리하고 있던 덕수 이씨 충무공파 종회의 종부인 최모씨가 8년 전 사별한 남편의 빚을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 이렇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건 문화재청에서 이를 매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미 지난 3월 말에 1차 경매가 진행된 바 있는데 응찰자가 아무도 없어 유찰된 바 있고, 오는 5월4일에 열릴 2차 경매에 문화재청이 직접 나서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지금은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협의 하 매수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충무공 이순신의 후손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하긴 멀리 갈 것도 없이 과거 일제로부터의 독립운동을 하던 분들의 후손이 뒤늦게서야 추증을 받은 일을 우리는 종종 봤다. 안으로 밖으로 그렇게 바쁘게 돌아다녔던 분들이 호적은 고사하고 가정사나 돌볼 틈이나 있었을까.

게다가 내일 모레 5월1일은 노동절과 촛불문화제 1주년을 기념해서 분명 광화문은 밤늦도록 시끌시끌할 것이다. 후손들의 이런 못난 모습을 내려다보고 계실 충무공에게 그저 사죄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