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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배우는 건 살인만이 아니다(문제의 EBS 동영상)




(소리가 약간 작으니 볼륨을 키우고)


EBS의 방송강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략 50분 내외의 시간 동안 TV만 뚫어지게 집중하면서 바라보기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영화나 드라마나 가요 프로도 아닐진대). 그래서 EBS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들 중 농담을 섞어 가면서, 잠시나마 시청자들의 관심을 쏠리게 하는 스킬을 시전하는 강사들도 꽤 많다.

문제의 동영상을 보면, 사실 2/3 정도는 농담 삼아서 한 이야기 같은데 장희민이란 강사는 아주 제대로 '꽂았다'. 뭘?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어느 날 갑자기 폭삭 망하는 일이 생기기 전까지는, 군대에 관해서 이 정도 수준으로 생각 없이 발언을 하면(그것도 열린 자리에서) 어떻게 된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보여준 것.

따지고 보면 군대 가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누군가를 죽이는 걸' 배우는 건 맞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전봇대에서 전화선을 따서 공짜로 시외전화 거는 법도 배우고, 200리터 짜리 드럼통에 기름을 넘치지 않게 따르는/흐르지 않게 비우는 법도 배우며, 보도블럭을 예쁘게 까는 법도 배운다.

때로는 대상에 따라서 페인트를 몇 번이나 칠해야 완벽한 색깔을 낼 수 있는지도 배우고, 콩나물을 삶을 때 도중에 냄비 뚜껑을 열면 안 되는 이유도 배우며, 무언가를 가꾸는 농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삶을 살아왔어도 가지치기는 왜 해야 하는 건지를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도 배운다. 군대에 '끌려온' 이들의 99.9%는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나마, 그런 장병들을 다독이기 위한 제스처의 일환으로, '너희들이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으며, '우리들은 지금 왜 이곳에 와 있는지'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