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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천안함 사태에 관한 소고



0.
이번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장병들의 명복을 빈다. 부디 전쟁 따윈 없는 곳에서 영면하길 바란다.


1.
천안함 사태 합동조사단은 결국 범인을 북한으로 지목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이 이상으로 물리적/객관적 증거(혹은 그 증거에 관한 의혹)를 제기하는 일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본다. 북한, 혹은 남한의 권력이 원하는 정국은 조성되었다. 마치 미국이 9/11 테러 사건 이후 무지 신속하게 알 카에다와 빈 라덴을 범인으로 지목했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9/11 테러 사건을 본 사람들 중, '알 카에다가 정말 대단한 놈들이구나'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미국은 떵떵거리면서 오지랖 넓게 돌아다니더니 제 안방도 못 지켰네'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마찬가지로, 이번의 천안함 사태에서 '북한놈들 정말 대단한 놈들이구나'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한국 해군은 자기 나와바리도 제대로 못 지키냐'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을까?


2.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그가 탁월한 감각을 소유한 정치인이란 점은 인정한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탄핵 이후 열린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을 것만 같았던 한나라당을 (어쨌든)구했으며, 곧바로 팽(烹)을 당할 것 같았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지난 대선에선 후보로까지 추대되었으며 (토쏠리지만)유력한 차기 대통령이다.

그런 박근혜가 MB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다. 대표적으로 세종시와 4대강 공사에 대해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천안함 사태에 대해선 그저 '원론적인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미스터리다.




따지고 보면 병역 미필자들이 수두룩한 현 정권과 비교했을 때 '안보'의 측면에서 박근혜는 오히려 수혜주다. 박근혜가 작정을 하고서 시청광장 같은 곳에서 안보 강연을 한다거나,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현재 지방선거에서 친박연대(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는데 뭘로 바뀌었는진 아웃 오브 안중이라...) 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 지지연설이라도 한다치면('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그녀가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표를 꽤 많이 긁어모을 수 있을 텐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는 박근혜의 속내는 무엇일까?


3.
오늘 아침에 MB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을 규탄하며 이번 사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뭐 대충 이런 식인데 국군의 기강 문제에 대해서도 살짝 언급을 했다. 국방 예산을 삭감하고, 멋드러진 초고층 건물을 위해 군 비행장의 설계를 변경하는 일이 벌어진 지금의 정부에서 군 통수권자는 병역 미필자다. 아무튼 그런 대통령이 군 기강 어쩌구 한 연설을 들은 장성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4.
틈만 나면 빳빳한 군복 입고 출동해서 김정일 반대 시위를 하고 김정일 꼭두각시 화형식도 가졌던, 정정한 할아버지들은 왜 지금 잠잠할까? 뭔가가 '안 꽂혀서' 그런가?


5.
어쨌든 중요한 건 지금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장 시급하게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와있다. 힌트는 6월2일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