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2008년, UCC 대박의 해



(사진은 그 유명한, '카논'을 연주 중인 UCC 스타 임정현씨)


태초에 UCC가 있었다. 평범한(물론 기타 실력은 매우 뛰어났던) 한국의 한 청년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로 그 동영상처럼, 초기의 UCC는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컨텐츠'라는 그 이름에 걸맞게 매우 아마추어적이고 신선한 느낌이었다.


바로 그 동영상, 임정현의 파헬벨 카논 Rock 버전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의 보급, 그리고 인터넷 환경의 업그레이드가 바로 UCC의 발전을 가져왔을 것임은 두 말을 할 필요조차 없다. 오죽하면 작년, 그러니까 2007년엔 세계 굴지의 시사지 TIME紙가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면서 잡지 표지를 독자의 얼굴이 비치게 제작하여 바로 'You'라고까지 했을까.

그러던 UCC가 조금씩 변질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까 특정 회사가 특정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UCC의 형태를 빌어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의 구전 효과를 노리고 아주 교묘하게 제작되는 것이다.
 


이 동영상은, Ecko라는 이름의 패션 브랜드 광고다. 청년 두 명이 삼엄한 경비를 뚫고 미군 공항에 잠입,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Still Free'라는 낙서를 하는 내용으로, 마치 광고가 아닌 것처럼 의도적으로, 매우 치밀하게 제작된 사례.

물론 국내에도 이런 경우가 없진 않았다. 모 회사의 담배 광고를 비롯하여 모 커뮤니티 포털도 이와 비슷하게 동영상을 제작하여 인터넷을 통해 반짝 관심을 모으긴 했으나, 사실 그 잔향이 오래 가진 않았다.


2008년은, 대한민국 UCC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딱히 그 전례를 찾기가 힘든, 게다가 그 완성도 또한 엄청난 제작물이 속속 선보이며 정말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2008년 상반기의 가장 뜨거웠던 화두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그에 이어진 촛불집회 등의 상황을 풍자한 UCC, 뼈의 최후통첩. 영화 '본 얼티메이텀'을 이용한 패러디물인 이 동영상은 지상파 방송의 메인 뉴스 시간에도 등장했을 정도.

UCC 치고는 꽤 긴 편이지만, 만약 아직 본 적이 없다면 강추. 이처럼 사회적인 관심사를 나름 심각하게(?) 다룬 제작물의 이면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는 정부가 있었다. 한 대상에 대한 풍자가 웃기면 웃길수록,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면 살수록 그 대상은 지지를 잃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


노트북과 캠코더, 핀 마이크를 들고 촛불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던 진중권 교수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른바 담배송(정확한 제목은 진중권 디스코 메들리).

해당 내용은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단체의 집회를 방문한 진중권 교수를, 현장의 참석자들이 비아냥거리는 내용이다. 사실 뼈의 최후통첩에 비하면 좀 더 코믹하고 유머러스해진 느낌이다.


반면 아주 사소한 내용으로,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UCC지만 하반기 대한민국, 적어도 인터넷에선 하나의 '현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초거대 블록버스터(!)가 등장했다.

바로 빠삐놈.


모 회사의 빙과 제품인 빠삐코의 CM송에 영화 '놈놈놈'의 삽입곡, 그리고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하나로 믹스한 이 노래 한 편은 해당 제품의 판매고를 30% 이상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원곡이라고 할 수 있는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워낙 흥겨운 리듬의 곡이라,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작업도 꽤 여러 번 이뤄져 빠삐놈은 버전도 다양하다.


빠삐릭스: 영화 매트릭스의 주제곡 + 빠삐코 CM송
빠삐코 선수교체: 케이블 채널 MBC ESPN 프로야구 중계 시 선수교체 송 + 빠삐코 CM송

기가 막힐 정도로 재기발랄한 창조적 에너지의 소유자들이 우리 주변엔 참 많다. 게다가 그들은 제작물을 제작하는 실력도 준프로급. 방송국들은 뭐하고 있나. 이 사람들 안 잡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