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s

<밀크>, 2010년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



넓은 마음을 갖기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부분에 있어 더욱 그러한데, 구스 반 산트 연출 숀 펜 주연의 <밀크>에서처럼 유색인종, 동양인(이 부분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제3세계 노동자들로 살짝 바꿔보자),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과연 어떤지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밀크>는 실존했던 인물, 미국 역사상 최초로 커밍 아웃을 한 게이 정치인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녹음했던 기록이 실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없을 듯 한데...) 숀 펜이라는 명배우의 명연기로 구현된 이 정치인의 일대기는, 2010년의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은 단지 영화의 말미에 촛불(!)을 든 대규모의 군중이 집회를 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하는 건 아니다.

인권. 이것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타협의 대상도 될 수가 없고 흥정의 대상은 더더욱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중이 되어야 하고 존중을 받아야 하는 이는, 바로 우리 모두이다.

그리고 희망. "희망만 갖고 살 수는 없지만, 희망이 없으면 삶은 가치가 없다"고 한 하비 밀크의 이야기가 귓가에 맴도는 건, 그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의 가슴을 울린다.



P.S:

1. 영화에서 하비 밀크 역을 맡은 숀 펜의 연기가 무척 훌륭하다고 했고(그는 이 영화로 2009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일생 일대의 명연기'란 이야기도 들리던데,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했다. 아, 이 영화에서의 연기가 별로란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고, 그저 워낙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니 평작 수준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오히려 제임스 프랑코와 조쉬 브롤린 등 조연들의 연기가 더 뛰어난 듯?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주루룩 나오는 영화'를 원하면 꼭 볼지어다.

2. 재미교포들 중 기독교 계열 쪽에 속한 일부가, 캘리포니아에서 '하비 밀크 데이'를 제정하려고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을 동성애자로 만들 순 없다"면서 주지사에 압력을 넣은 일이 있다고 한다. 답답한지고. 영화 속에서 공개 토론회를 자처한 하비 밀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성애자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이성애자 교사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철저하게 이성애자를 위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내가 어떻게 동성애자가 되었겠는가?"

3. 이 영화를 본 건 인천에 있는 영화공간주안이란 상영관이었는데 멀티플렉스 같은 극장에선 보기가 힘든, 소위 예술영화 비스무리한 영화들만 상영을 한다. 토요일에는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 상영회도 열고. 근데 가장 좋은 건 관람료가 5,000원으로 저렴하다는 것. 사실 요새 5,000원 갖고 점심 한 끼 먹기도 부족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의외로 시설이 좋다는 것에 놀랐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 위치는 1호선 주안역 근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