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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아니었으나 마지막이었던 100분토론





'백토', 혹은 <100분토론>의 애청자이면서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거의)매주 목요일 밤 야심한 시각에 깨어있는 이유는, 따로 꼽을 만한 것도 없다.

바로 어제는 지난 8년 동안 100분토론을 진행했던 손석희 교수의 마지막 방송. 분명히 마지막회는 아니었지만 참 많은 이들이 어제의 방송을 마지막회로 받아들였을 듯하다(바로 그래서 후임으로는 누가 들어온다고 해도 무지하게 부담스러울 것이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어제 백토와 함께 했던 시간이야말로 바로 그런 표현을 쓰기에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그렇고, 당연히 8년 동안 이 시간을 진행했던 진행자 본인의 입장에서도 그럴 것.

젊은 평기자 시절엔 술도 말술이었고 입도 꽤 걸걸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백토를 진행하면서부턴 주위의 눈도 있고 하니 그러진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교수라는 신분도 있지만 이제는 조금 편하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전부터 100분토론에 패널로 출연한 이들과 진행자 손석희 교수의 나이(...)에 관한 관계로 방영 다음날 인터넷 게시판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곤 했는데, 어제 나름 충격을 먹었던 건 '무려' 박원순 변호사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모두 동갑이라는 것(띠동갑;;이 아니고).



이 사람과


 

이 사람과


 

이 사람이 동갑이다(...)



 

그리고 이 분은 위의 사람들보다 불과 1살이 더 많다




덧붙이자면, 어제도 나왔던 의견이지만 방영 시간이 너무 늦다. 딱히 백토만이 아니라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포맷의 진지한 토론 프로그램이 대부분 너무 늦은 시간에 시작을 한다.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시간이 미뤄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미뤄져서 시청률이 안 나오는 것이다. 제2, 제3의 백토 같은 방송과 제2, 제3의 손석희 같은 인물이 많이 나와주길.

마지막으로 어제 출연한 패널의 평점을 매겨본다.


1. 유시민

바로 해당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던 가락(?), 즉 방송을 안다는 측면도 있겠지만 논리와 논리로 맞서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와 맞짱을 뜰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평점은 8.0

2. 박형준

절대로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매사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자칫 논리가 부족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도 필요할 때가 있다(?). 평점은 7.5

3. 노회찬

100분토론에 가장 많이 출연했다고 하고 실제로도 아주 인상 깊은 어록 몇 건의 방영 때 봤던 기억도 있다. 화려한 비유에 탁월하지만 그 비유에 매몰되어 가끔은 논점을 놓친다. 내가 봤을 땐 바로 어제 그랬다. 평점은 6.5

4. 송영길

기본적으로 성실한 토론자라고 생각하지만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면 질린다. 게다가 그게 중요한 논점과도 별로 관계가 없을 땐 더 그렇다. 그리고 나중에 대권 꿈을 꾸는 사람으로선 표정과 어투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평점은 5.5

5. 나경원

전직 판사이자 야당과 여당의 대변인을 모두 지냈으며 현직 의원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가, 대학생이 던진 질문에 쩔쩔매는 광경이라니. 어제는 보는 내가 다 안쓰러웠다. 초반엔 나름 선방하는 듯 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자충수. 평점은 4.0